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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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칼럼/ 헬스 인스펙션 II

2010-09-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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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삼(소유디자인그룹 대표)

지난번에 이어 헬스 인스펙션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오픈된 샐러드 바 스테이션이나,토핑을 담아두는 토핑 케이스에도 헬스 당국에서 요구하는 적정온도가 있다. 등급제가 실시된 이후 오픈 케이스의 경우 뉴욕시 헬스 당국은 화씨41도 유지를 엄격히 요구하는 추세이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델리가게에서는 재채기막이(Sneeze Guard)를 유리로 사용하여, 서비스쪽에서 오픈을 시켜 놓은 상태인데 화씨41도를 유지시키기란 만만치 않다. 필자의 경우는 클라이언트(Client)와 검토후 움직임이 가능한 덮개를 제작 중에 있다. 뉴욕시와는 달리 뉴저지는 그나마 규제의 강도가 약하지만 이제부터는 인스펙터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준비는 항시하고 있어야 되는 게 현 주소라 하겠다.

얼마 전 클라이언트의 레스토랑 새 계약을 돕기 위해 건물 주인인 개발업자 매니지먼트 사무실에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맨하탄 할렘 역사상 최초의 고급 콘도미니엄의 1층에 비즈니스를 열기 위한 계획으로 필자도 초기 리스 계약에서 부터 필자의 클라이언트를 돕는 중이였다. 요즘의 할렘은 옛날의 무지막지한 할렘과는 하늘과 땅 차이를 보여 주고 있음을 많은 교민들은 익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필자 또한 너무나 개발되어진 지금의 할렘을 보고 놀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오피스 건물을 중심으로 거의 수십개 블락(block)이 완전히 새단장을 한 지 벌써 수년 전이며 대규모 공사를 마치고 입주 한 대형몰(Mall)들이 수두룩하다. 현재 스토리가 이러하니 구석구석 공사하지 않는 곳이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할렘 전체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와중에는 대규모 건설업체나 개발업자들이 소규모 건물동들을 매입하려
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기존의 테넌트들을 내보내고 보다 좋은 제안으로 한 몫을 잡으려는 건물 주인들이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 또한 쉽게 볼 수 있는 게 현재의 할렘이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비즈니스가 잘되고 있는 테넌트 입장에서는 건물 주인의 개발계획에는 당연히 반대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런 지독히도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그나마 잘 되는 로케이션을 버리고 딴 곳을 찾아 나서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면 양자간의 이슈는 그 정도의 피해액을 감안하여 환산한 합의 금액이 가장 큰 관건이 된다. 합의점에 다다르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닐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건물주인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절감하여 기존의 테넌트들을 내보내고 건물을 비움으로써 한시라도 빨리 개발업자들과 보다 더 좋은 딜(Deal)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테넌트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버팀으로써 이왕 나가는 것 이참에 한 몫 챙기자는 식으로 나서는 경우가 허다하리라고 본다. 서로 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을 시에는 결국 법정에까지 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런 현실을 놓고 필자는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난 한 사례를 이번 칼럼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에게 전 필자의 가까운 클라이언트들 중 한 분이 이런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다. 건물 주인은 최악의 경우 90일 노티스(Notice)를 테넌트에 주기로 하고 리스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3주 후에 가게를 비워 주기를 부탁하는 건물 주인의 전화가 왔다. 물론 여러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이 지역에서는 중요인사중의 한 사람으로 통하는 이 분에게는 이런 요구가 너무나 상식을 벗어난황당한 일이 않을 수가 없었다. 꽤나 이름이 알려진 굴지의 개발업체가 전체 블락을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주변 모든 건물동들을 사들이기 위해 건물 주인과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자문 변호사는 권리 주장과 함께 엄청난 피해보상액을 요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까지 권했지만 평생 한 번 오기가 힘든 이 건물 주인의 상세한 딜(Deal) 이야기를 듣고는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부탁을 수락했다. 그 3주안에 그렇게도 잘되는 비즈니스를 두고 다른 장소로 옮기는 이 분을 보고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가슴에서절로 올라오는 존경심을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이 분한테 만큼은 공짜로 너무나 많은 일을 하고 있으니,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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