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리향

2010-09-1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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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한 맛, 색다른 메뉴, 골라먹는 재미

좋은 커리 냄새가 솔솔 풍기는 식당 커리향(대표 정한철). 드물게 독창적인 메뉴를 들고, 맛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커리향’은 이제 오픈한지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음식 맛으로 최고’라는 인정을 손님들에게 받아냈다. 정통 일본식 카레와 퓨전 오므라이스 전문점으로 출발한 커리향은 다양한 연령대를 아울러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의 추억이 있는 ‘경양식 메뉴’를 그대로 재연해냈고, 피클을 곁들인 한국식 파스타처럼 생각나면 꼭 먹어줘야 하는 그리운 메뉴가 가득하여 향수를 달래고픈 손님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커리향에서만 먹을 수 있는 단호박 치즈롤 커리라이스.


게살치즈롤 오므라이스.



일본산 최고급 커리·과일 등 천연재료만 사용
다양한 토핑 오므라이스·김치 파스타 등 인기

정한철 대표 부부의 커리향은 그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3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하여 일본 카레집에서 직접 일하며 명인에게 전수받은 비법이 있었고, 맛으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연구를 거듭하여 만들어낸 특별 메뉴들이 빛을 발하며 “커리향 음식 정말 맛있다”는 반응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정 대표와 함께 주방을 책임지는 아내는 한국에서 교사 출신으로선 연구하고 공부하는 능력을 요리개발에 쏟아 부었는데, 그 노력과 열정은 감히 따라올 사람이 없다며 정대표도 존경심을 표현한다.

커리의 원료인 ‘강황’은 치매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염증을 방지하고 관절염 통증을 완화해주며, 항암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커리의 본고장 인도에서는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통하고, 이러한 이유들로 세계 10대 장수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러한 커리에도 등급이 있기 마련. 커리향에서 사용하는 커리는 일본산 최고급 제품으로 2등급과는 무려 7달러의 가격 차이가 나는 제품이다. 강황이 듬뿍 든 좋은 커리를 주재료로 하여 여기에 사골국물, 양파, 당근, 셀러리, 토마토, 사과, 망고, 키위 등 많은 양의 야채와 과일을 더해 천연 재료에서 우러나와 자연스럽게 깊은 맛을 내는, 맛있을 수밖에 없는 진짜 커리를 만들어냈다.
정 대표는 커리 만드는 과정을 “단순하고 무식하게 한다”라고 표현했는데 설탕 조금 넣으면 해결될 일을 엄청난 양의 과일, 야채로 맛을 내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 스스로 위안 삼아 하는 말이지만 그러한 ‘단순 무식’이 곧 ‘정직’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커리 맛을 보면 알게 된다.

커리를 기본으로 하여 갖추어진 입맛 당기는 메뉴들은 오밀조밀 평범하지 않은 진짜 맛으로 꽉 들어 차있다.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가장 맛있다는 ‘비프 커리’(8.95달러)는 굵직굵직한 쇠고기가 먹음직스럽게 들어있는데 커리 맛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메뉴이다. 부드럽고 촉촉한 ‘햄버거 스테이크’(10.95달러)는 커리향의 명물로 자칫하면 갈라지고 육즙이 새나와 퍽퍽해지기 쉬운 햄버거 스테이크를 부드러운 고기맛과 소스맛이 잘 어우러지도록 만들어냈다. ‘돈가스’(8.95달러)는 돼지고기 안심을 사용하여 담백하고 부드러운 전통 히레가스로 맛볼 수 있다. 차별화를 위해 고안해 낸 ‘단호박 치즈롤’(10.95달러)은 특히 여성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메뉴로 단호박을 껍질째 으깨 크림과 치즈를 비롯한 양념을 더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냈는데 짭짤한 커리를 곁들여 밥과 함께 먹는 그 맛은 마음의 허기짐까지 채워주는 따뜻함이 있다. 진짜 게살과 생새우를 다져 만든 ‘게살새우 치즈롤’(11.95달러)은 좋은 재료에서 나오는 숨길 수 없는 진한 향과 맛을 낸다.

매콤한 맛의 ‘얼큰 토마토 해물파스타’(9.95달러)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바로 생각나는 메뉴이고, 잘 익은 김치에 크림을 곁들여 매콤하고 고소함이 잘 어우러진 ‘김치 파스타’(7.95달러)는 성공적인 퓨전음식의 좋은 예라고 해도 될 만큼 조화로운 맛이 기막히다. 기름기 없이 밥알 하나하나 고슬고슬하게 잘 볶아진 오므라이스(7.95달러 부터)도 여러가지 토핑을 골라 얹어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전문점의 메뉴답다.

그런데 이 집, 마음에 드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홀 크기의 두 배가 넘는 규모의 넓고 깨끗한 부엌을 구경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구조를 가진 식당이 한인타운에서는 매우 드물다. 홀에 비해 좁은 부엌을 가지고 있을수록 열악한 조리환경 속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건 당연한 일, 홀보다 부엌이 커질수록 깨끗하게 잘 만든 음식을 먹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라 커리향의 주방을 보는 순간 매우 기쁘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지만 계속해서 걸려오는 배달주문에 바삐 움직이는 정대표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좋은 음식 만드는 마음가짐과 조건이 잘 갖추어진 식당 ‘커리향’의 진하고 부드러운 향기를 그대로 전해본다.

김치와 크림의 조화가 일품인 김치파스타.

매운 토마토 소스와 푸짐한 해물이 푸짐한 얼큰 토마토해물 파스타.


◆커리향 안내
▲주소: 2500 W. 8th St. LA
▲전화:(213)389-0800
▲영업시간: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일요일은 휴무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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