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메리칸 (The American)

2010-09-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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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½ (5개 만점)

킬러를 노린 암살자의 총탄

조지 클루니 주연 무드 짙은 스릴러


조지 클루니가 고독한 킬러로 나오는 무드 짙고 스타일 멋있는 서스펜스 스릴러로 액션보다 분위기와 인물의 내면 묘사에 포인트를 뒀다. 롱 샷을 비롯해 스타일에 너무 신경을 쓰고 진행 속도가 상당히 느려 액션과 빠른 것에 익숙한 할리웃 영화팬들은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클루니의 연기와 짙은 분위기 그리고 서서히 조성되는 긴장감과 이탈리아의 한 작은 산골 마을에서 찍은 촬영 등 여러 가지로 볼 것이 많은 영화다.

이 영화는 분위기와 스타일이 멋있는 옛 프랑스 갱스터 영화를 연상케 하는데 특히 갱스터 영화의 장인 중 한 사람이었던 장-피에르 멜빌이 감독하고 알랭 들롱이 고독한 킬러로 나오는 대사가 극히 절제된 ‘사무라이’(Le Samourai)를 닮은 데가 있다. 감독 안톤 코르빈(‘컨트롤’)을 비롯해 배우들과 제작진 대부분이 유럽인들이라는 점도 이 영화가 유럽풍을 갖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원작은 영국작가 마틴 부스의 소설 ‘매우 사적인 신사’(A Very Private Gentleman).

과거에 지은 잘못을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하려고 하나 과거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한 남자의 비극적 자기 구원의 이야기이기도 한 영화의 주인공은 고성능 살인 라이플 제조자요 암살자인 잭(클루니). 눈 덮인 스웨덴의 허허벌판에서 스웨덴 여자 잉그리드(이리나 뵤르크룬드)와 산책을 나간 잭이 정체불명의 암살자의 총격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잭은 이 사실을 자기 보스 파벨(요한 라이센)에게 보고한 뒤 이탈리아의 한 작은 산골마을로 피신한다. 그는 여기서 사진작가로 위장하고 이 중세 마을의 고풍과 한적함을 즐긴다. 그리고 마을의 중년 신부 베네데토(파올로 보나첼리)와 친해지면서 둘 간에 영적 대화가 오간다.

파벨은 잭에게 다시 임무를 지시한다. 여자 킬러 마틸드(테클라 로이텐)를 위해 고성능 라이플을 제작하는 것. 그리고 잭은 파벨에게 이번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잭은 마을의 아름다운 창녀 클라라(비올란테 플라치도)와 육체적 쾌락을 위해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둘의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면서 잭은 점차 클라라에게 깊이 빠져 들고 마침내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잭은 클라라에게 둘이 마을을 떠나 함께 살자고 제의한다.

잭과 클라라의 관계가 아름답게 묘사되면서 잭의 여러 날에 걸친 정교한 무기 제작과정이 이 사랑의 정면과 교차된다. 그리고 잭이 자기 방에서 몸을 단련시키는 장면에서 클루니의 맨살 엉덩이를 감상할 수 있다.


클라이맥스는 마을의 축제일에 일어난다. 과연 정체불명의 킬러 마틸드의 표적은 누구이며 왜 파벨은 예고도 없이 마을에 나타났는가. 라스트신이 완전히 프랑스 갱스터 영화를 모방했지만 아름답게 통절하다. R. Focus.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잭(조지 클루니)이 킬러를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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