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환상조합 ‘내게 맞는 샌드위치’찾아라

2010-08-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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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샌드위치 만드는 비결

빵·미트·치즈·스프레드 ‘입맛대로’


오래 전 일이지만 샌드위치에 꽂혀 세 끼를 샌드위치만 먹은 적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 점심, 저녁용 샌드위치를 미리 만들어 랩으로 잘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일단 아침에는 커피와 함께 먹고, 점심 때는 샐러드와, 저녁은 수프와 함께 먹었는데 얼마나 맛있었던지 일주일 정도를 그렇게 지낸 것 같다.

새로운 재료를 구입하여 여러 가지로 다양하게 만들어보는 재미도 좋았고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던 그 기억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마른 햄만 잔뜩 넣어 드라이한 느낌의 샌드위치, 햄에 상추, 토마토, 양파를 잔뜩 넣어 푸짐하고 아삭거리는 샌드위치, 햄 한 장에 머스터드와 피클만 넣어
납작하게 구워먹은 파니니, 맵고 달게 먹고 싶어 할라피뇨 피클과 크랜베리 잼을 잔뜩 넣었던 터키샌드위치 등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샌드위치,
간단한 것 같지만 재료에 따라 어떤 맛을 내고 어떻게 매치했을 때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는지 그 다양한 세계로 들어가 보자.


여러가지 종류의 샌드위치.





*사워도우

샌프란시스코 사워도우 브레드는 얇고 바삭한 크러스트와 톡 쏘는 신맛이 잘 어우러지며 묵직하고 쫀득하게 씹히는 질감은 부드러우며 크리미 하다. 특별히 고기와 햄을 넣은 샌드위치와 잘 어울린다.

*멀티 그레인 또는 홀 그레인

여러 가지 곡물이 듬뿍 들어 있어 몸에 좋은 것은 알고 있지만 질감 면에서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쫀득거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베어 무는 순간 스르르 부서져 목이 메기 일쑤다. 라브레아 베이커리, 페퍼리지 팜, 아놀드, 트레이더 조스의 자체 브랜드 등에 부드러운 질감에 고소한 곡물이 듬뿍 씹히는 맛있는 브레드가 있다.


*매니 시드

깨, 플랙스 씨, 포피 씨, 해바라기 씨 등이 촘촘히 박혀 씹는 맛이 좋은 매니 시드 브레드는 씹을수록 번지는 씨 속의 지방성분이 고소한 향을 길게 이어준다. 치즈 샌드위치나 윗면의 빵을 없앤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 때 잘 어울린다.

*바게트

어떤 샌드위치에도 무난히 어울리는데 적당히 겉면이 바삭거리며 속은 촉촉하게 구워진 바게트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겉이 너무 딱딱한 것은 속까지도 말라있을 가능성이 큰데 이런 경우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고 나면 입 속에 상처가 나기도 하므로 잘 구워진 신선한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자. 살라미, 프로슈토, 소시지 등 수분이 적은 미트로 샌드위치를 만들면 질감, 풍미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미트


*햄

양을 늘리고 부드러운 질감을 위해 가공 때 물을 주입하는 경우가 많다. 얇은 슬라이스라도 묵직하고 쫄깃하고 씹히는 진짜 햄을 찾고 싶다면 포장에 써있는 재료 리스트를 꼼꼼히 읽어보고 최소한의 가공절차(minimally processed)를 거쳤음이 명시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순수하게 가공된 햄은 아주 얇게 썰어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쫄깃한 식감을 낸다.

*터키 브레스트

역시 가슴살 근육 전체를 그대로 사용하여 익힌 것을 구입해야 한다. 텀블러라는 기계에 넣고 가슴살 근육을 느슨하게 만든 후 다시 몰드에 넣어 모양을 잡아 굳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공절차를 거쳐 만들어낸 것을 살펴보고 치킨과 마찬가지로 성장 호르몬과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곡물 사료로 길러졌는지의 여부도 잘 살펴보고 구입한다.


치즈


*폰티나(fontina)

스위스나 프로볼론 치즈가 지겹다면 빨간 왁스 껍질 속에 있는 풍부한 우유향을 가진 폰티나 치즈를 시도해 보자. 간간이 구멍이 나있으며 노란색을 띤다. 잭 치즈 같으면서 조금 더 끈적이는 질감이 있어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을 때 쫀득히 늘어나는 느낌과 고소한 우유향이 풍기며 아이들도 좋아하는 종류의 치즈다.

*에멘탈(Emmenthaler)

보통 델리 코너의 치즈보다 훨씬 좋은 선택을 하고 싶고, 스위스 치즈를 좋아한다면 에멘탈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스위스에서 만들어졌으며 퐁듀나 어니언 수프에 들어가는 그뤼에 치즈의 사촌쯤 되는 종류로서 달콤하며 고소한 맛이 좋고 녹는점이 낮아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나 튜나 멜트에 사용하면 어떤 치즈보다도 잘 녹아든 녹진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체다(cheddar)

무난하고 풍부한 치즈 맛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체다 치즈는 진한 오렌지색이 매력적이다. 수분함량이 작아 드라이하여 잘 부서지는 편이다.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만들 때 많이 쓰이는데 사실 체다는 다른 치즈에 비해 열에 강해 잘 녹지 않을 뿐더러 녹아도 기름기가 돌며 다른 재료들과 분리되기 때문에 차가운 샌드위치에 적합하다. 그릴드 치즈를 맛있게 만들려면 체다와 다른 치즈를 섞는 것이 좋다. 피클이 들어간 차가운 샌드위치와 가장 잘 어울린다.

*브리(Brie)

버터 팻이 많아 부드럽고 크리미 하기로는 최고의 치즈다. 겉 부분의 하얀 린드도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두껍게 썬 브리 한 조각 넣고 드라이한 햄, 아루굴라 조금 넣으면 언제 먹어도 맛있는 고급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


바게뜨에 브리치즈와 아루굴라를 넣은 샌드위치.


로스티드 트라이팁 샌드위치.


평범하지 않은 스프레드


빵에 수분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라주는 정도로 생각될 지도 모르는 마요네즈와 머스터드이지만 깜빡 빼먹으면 그 허전함이 금방 드러난다. 마요네즈와 머스터드 외에 조금 특별한 스프레드로 샌드위치의 허전한 부분을 꽉 잡아주고 싶을 때 사용해 보면 좋은 스프레드를 알아보자.

*로스트 갈릭 아이올리 마요네즈

오븐에서 부드러워질 때까지 구워낸 마늘을 으깨어 마요네즈에 섞어서 사용해 보면 매운맛과 냄새 없이 달콤하고 깊은 맛을 내는 마늘이 한층 샌드위치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와사비 마요네즈

약간의 자극적이면서도 신선한 맛을 내고 싶을 때 와사비를 마요네즈에 섞고 간장도 한 방울 떨어뜨려 스프레드를 만들면 구운 야채 샌드위치와 깔끔하게 잘 어울리며 로스트비프 또는 튜나 멜트의 느끼함을 잡아주는데 좋은 역할을 해준다. 홀스 래디시 같이 톡 쏘는 신선함이 매력적이다.

*치폴레 처트니

시판용 치폴레 통조림을 구입하여 곱게 갈아서 조금씩 섞어주면서 입맛에 맞도록 맛 조절을 해보자. 매콤 달콤한 맛이 가미되어 치킨, 터키 또는 스모크 한 햄과 특별히 잘 어울린다.

*바비큐 케첩

바비큐 소스와 케첩을 적절하게 섞으면 훨씬 깊고 진한 맛의 소스를 만들 수 있다. 더 강한 맛을 원한다면 진저, 큐민, 시나몬, 마늘가루 등의 향신료를 조금씩 섞어보면 나만의 독특한 소스를 만들 수 있다. 해물 샌드위치부터 로스트비프까지 다양한 샌드위치에 쓸 수 있다.

*마늘 페스토

꾹 눌러 구워내는 파니니 종류의 샌드위치에 풍부한 아로마와 맛을 선사하여 간단하게 고급요리 같은 느낌을 내준다. 마늘과 베이즐 향이 솔솔 퍼지니 속 재료가 무엇이건 잘 어울리지만 특별히 치킨과 잘 어울린다. 토마토, 가지 등을 넣은 야채 샌드위치와도 좋겠다.


그 밖에 부재료들


*로메인

부피감을 만들어주고 신선하고 아삭하게 씹히는 로메인은 샌드위치를 먹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햄, 터키, 로스트비프 등과 무난히 어울린다.

*부드러운 질감의 야채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의 상추는 랍스터 롤이나 튜나 멜트처럼 부드러운 속 재료와 함께 쓴다. 로메인은 뻣뻣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식감의 조화를 떨어뜨리게 되므로 속 재료가 부드럽다면 야채도 부드러운 것을 선택한다. 아루굴라, 엔다이브 같은 야채는 후추같이 톡 쏘는 맛을 가졌으므로 다양한 맛을 내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과일

샌드위치라고 해서 상추만 한 장 깔아준다는 선입견을 버리자. 특히 사과는 씹는 맛뿐 만 아니라 상큼한 맛이 눈을 반짝 뜨게 할 만큼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치즈와 잘 어울리며 햄, 터키, 치킨과도 무난히 잘 어울린다. 멜론, 딸기, 말린 과일도 근사한 맛을 선사하기 때문에 적절히 사용하면 좋다.

*토마토와 양파

샌드위치에 두툼하게 에일룸 토마토 한 조각 썰어 넣으면 사실 그 어떤 미트보다도 맛있다. 잘 익은 토마토는 수분이 많기 때문에 빵에 바로 닿는 것을 피하고 치즈나 미트 위에 얹도록 한다. 얇게 썬 양파 한 조각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나 큰데, 매운 맛이나 냄새가 걱정 된다면 마우이, 왈라왈라, 비델리아 어니언처럼 달고 수분이 많은 순한 양파를 쓰도록 한다.

*아보카도

마요네즈나 버터 대신 크리미 한 질감과 맛을 내는데 훌륭하다. 아보카도를 썰어서 빵에 얹은 후 소금을 살짝 뿌려 밑간을 해준다면 아보카도의 고소하고 풍부한 맛을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피클

우리 입맛에 맛도록 새콤달콤한 브레드 앤 버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데, 매운 할라피뇨 피클을 넣어 주면 우리 입맛에는 그만이다. 작고 노란 옐로 칠리 페퍼도 곱게 다져서 조금 넣어주면 매운 맛이 강한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


세계의 유명 샌드위치들


*이탈리아의 폴케타 샌드위치

금방 잡은 신선한 돼지고기를 소금, 마늘, 페넬 등으로 간하여 통째로 또는 안심만을 슬로 쿡으로 구워낸 폴케타를 얇게 썰어서 다른 소스 없이 바삭한 빵에 끼워 먹는 폴케타(Porchetta) 샌드위치는 그야말로 고기 맛으로 먹는 샌드위치이다. 속살은 촉촉하고 껍질은 바삭하게 구워진 돼지고기에 최소한의 소금간과 허브만으로 맛을 내어 담백하고 고소한 고기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때로 카라멜라이즈드 어니언이나 스프링 그린 등을 빵에 끼워내기도 한다.

미국 내 이탈리안 식당 뿐 아니라 샌드위치 가게 등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로티세리 푸드 트럭 롤리로띠(RoliRoti)에서 맛있는 폴케타를 맛볼 수 있다.

*멕시코의 똘따(Torta) 샌드위치

속 재료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서인지 멕시코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여러 곳에서 만드는 음식이다. 하얗고 둥근 샌드위치 빵에 스테이크, 초리조 소시지, 튀긴 돼지고기, 베이컨, 스크램블드 에그, 치킨, 튀긴 생선 등 어떤 재료든 사용할 수 있으며 부재료로는 아보카도, 사워크림, 토마토, 할라피뇨 등을 사용한 푸짐한 샌드위치이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으며 따듯하게 금방 만든 속 재료를 사용하며 먹으면 가장 맛있다.

*쿠바노(Cubano) 샌드위치

얇게 썬 로스트한 돼지고기, 햄 한 장, 살짝 녹아내린 스위스 치즈, 피클, 머스터드, 살짝 구운 쿠바노 브레드가 재료의 전부인데 그 조합이 환상적인 맛을 낸다. 얇고 납작한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면 먼저 따뜻한 빵이 바스락 부서지며 고소한 돼지고기, 햄과 함께 스위스 치즈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며 피클과 머스터드가 깔끔하게 맛을 정리해준다. 쿠바 이민자가 많이 사는 플로리다에서 만들어졌으며 LA 인근에서도 쿠바노 베이커리인 Porto’s에서 최고로 맛있는 쿠바노 샌드위치를 먹어볼 수 있다.

*베트남의 반 미(Banh Mi) 샌드위치

사이공 서브라고도 불리는 반 미 샌드위치는 우리는 물론 미국인들도 너무나 좋아하는 맛이다. 식민지 시절을 지났으나 사실 바게뜨는 원조 프랑스보다도 베트남 것이 더 맛있다고들 한다. 가볍고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게 쫄깃거리는 맛있는 바게뜨에 돼지고기와 함께 새콤달콤하게 절인 무와 당근이 입맛을 돋우고 신선한 오이, 할라피뇨와 실란트로가 매운 맛과 향으로 끝 맛을 잡아준다. 마늘 맛이 진한 마요네즈와 포크 파테를 소스로 쓰기도 한다. 팬에서 반숙으로 익혀낸 달걀 프라이를 얹기도 한다. 빵을 반 갈라 한 손에 쥐고 젓가락으로 속 재료를 쏙쏙 집어넣어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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