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이나 아파트를 리스하는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세입자들은 렌트비와 계약 기간, 보증금 반환 조건 등을 나름대로 꼼꼼하게 읽어본다. 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계약서에는 세입자들이 살면서 무심코 하게 되는 행동들을 ‘계약위반’으로 규정짓는 자질구레한 조항들이 꽤 많다. 이해 할 수 없는 용어나 내용이 적지 않다”며 “모든 계약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일단 서명한 이상 법적인 책임은 당사자에게 돌아간다”고 조언했다. 보통은 큰 마찰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지만 까다로운 집주인이라면 문제를 삼을 수 있는, 세입자에게 금전적인 피해까지 입힐 수 있는 조항들을 살펴본다.

* 집에 대한 모든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입자들은 “자신들은 돈을 내고 거주만 할 뿐, 집의 훼손상태와 수리에 대한 모든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히팅과 수도, 건물 파손 등은 미리 집주인이 손을 봐야 한다. 하지만 ‘세입자의 생존 가이드’의 저자 제프리 테일러는 “집의 파손이나 훼손 상태를 세입자가 알고도 집주인에게 공지하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한 금전적인 피해는 세입자에게도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많은 주에서는 유지(maintenance)에 대한 세입자의 책임을 명문화하고 있다.

실제로 집안의 계단 무너지며 부상을 입은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낸 적이 있지만, 이 세입자가 계단의 파손 상태를 알고도 오랫동안 방치한 사실이 인정되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 정원이 있는 경우에도 당연히 정원 관리의 책임이 있다.

* 친척이나 친구가 오래 머무르는 경우
한국에서 친척이 오거나 타주에서 친구들이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주 짧은 기간이면 모르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계약서에는 반드시 ‘게스트(quest) 조항’이 있다. 세입자로 명시되지 않은 제3자는 며칠 이상 묵을 수 없다는 조항이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대부분 이 조항에 대해 무신경하고 친척이 몇 달씩 머무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약자가 아닌 3자가 파손을 가했을 때 집주인은 법적으로 당사자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강제 퇴거 조치를 내리기도 힘들다”며 “집주인이 장기 게스트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 가족사진도 맘대로 걸 수 없다?
물론 그렇지는 않다. 못 하나 박는 것을 문제 삼는 야박한 집주인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사소한 수리나 집안 변경도 반드시 허락을 받을 것을 요구한다. 붙박이 개념의 가구나 대형 주방 용품을 들여놓을 때, 특히 나중에 이사를 나간 후 집 주인이 원상복귀에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용도변경은 반드시 양해를 구해야 한다.

* 주거와 사무 공간을 함께 하고 싶다면
최근에는 집을 업무공간으로 하는 자유 직업자들이 많다. 세입자가 재택 근무자라면 계약할 때 사무 겸 업무용으로 리스한다는 점을 명시해야한다. 그래픽 디자이너처럼 별도의 책상과 컴퓨터 정도만을 사용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주거용으로 명시한 공간에 세일즈 미팅, 상담 등이 빈번해 외부에서 손님이 늘 찾아오는 경우라면 미리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 쓰레기는 반드시 제때 치워야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때그때 쓰레기를 치우지만 주택 세입자들은 “한꺼번에 치우자”라는 심정으로 쓰레기를 쌓아두는 경우가 있다. 계약서에는 “늘 청결하고 깨끗한 상태로 공간을 유지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을 것이다. 창고나 부엌에 쓰레기를 보관할 여유 공간이 있더라도 정해진 수거일에 치우도록 한다. 내가 사는 집안이라고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일종의 세입자의 설움이다.

* 공용으로 주차장을 사용할 경우
다가구 건물에 공동으로 사용하는 아파트에 주차할 경우 새 차를 사면 꼭 등록을 해야 한다. 자기 구역이 있다고 해도 바뀐 차를 공지 없이 주차하는 것은 계약 위반이다. 혹시 토잉을 당하더라도 본인의 책임이다. 공동 주차장에서 세차를 하는 거주자가 간혹 있지만 해서는 알 될 행동이다. 차에서 기름이 새는 데 청소하지 않는 등 공동 사용 구간의 청결상태를 나쁘게 하는 것도 위반 사항이다.

* 장기 여행을 할 경우
최소 일주일 이상 혹은 한 달 가까이 장기적으로 집을 비울 경우 집주인에 미리 통보를 해야 한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없는 동안 빈 집을 살펴보고 관리할 권리가 있다. 특히 추운 겨울철 집에 사람이 없으면 보일러 파이프를 점점하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프라이버시 침해를 내세울 사항이 아니다.

* 기타 사소한 사항들
방에 물침대를 들여 놓는 것. 경우에 따라 위성 TV를 설치하는 것. 아파트 발코니에서 바비큐를 하는 것. 애완동물 금지 아파트에 개를 들여놓은 것. 서브렛을 주는 것. 마리화나를 피우는 것 등 <박원영 기자>
세입자는 집주인과 계약서를 작성하기전에 사소한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꼼꼼하게 미리 점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