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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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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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홀 그레인’을 먹어야 하나

홀 그레인(whole grain)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전곡’으로, 현미 같은 도정하지 않은 곡물을 말한다. 흰쌀처럼 곱게 도정된 곡물과 달리 먹기 불편한 부분만 제거한 거친 상태의 곡물이다. 최근 어디를 가도 홀 그레인 제품은 쉽게 구입할 수 있고, 홀 그레인 재료로 만들었다는 과자나 시리얼 등에 ‘홀 그레인’ 표기가 크게 써 있다. 한인 마켓에서는 현미쌀, 아마씨, 수수, 보리 등이 인기리에 판매되며, 일반 마켓에서는 홀 그레인 빵, 홀 그레인 시리얼, 통밀가루, 홀 그레인 파스타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홀 그레인이 각광받고 있는 이유는 도정된 흰 곡물, 흰쌀, 흰 밀가루로 만든 흰 빵보다는 섬유소,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또한 암을 예방하는 효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생리활성 영양소)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을 위해 왜 홀 그레인을 선택해야 하는지, 홀 그레인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다.


현미·통밀·아마씨·수수·보리 등
배아·겨 깎아내지 않은 곡물
비타민·섬유소·미네랄 등 풍부
혈당-혈압 내리고 심장병 위험 낮춰
소화 느려 포만감 줘 다이어트에 ‘딱’


#홀 그레인이란


보통 흰 쌀은 배아와 겨를 깎은 것으로 홀 그레인 곡물은 배아와 겨를 남겨둔 상태를 말한다. 홀 그레인은 배아(germ, 싹 혹은 배종이라고도 함), 겨(Bran, 혹은 밀기울), 배유(endosperm)로 구성돼있다.

배아에는 항산화 성분, 비타민 E, 비타민 B군 등 영양성분이 함축돼 있으며, 겨는 겉껍질로 식이섬유소, 비타민 B군, 미네랄 등이 들어있고, 배유는 탄수화물과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홀 그레인하면 보통 현미나 통밀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이즈는 다양하다. 크게는 옥수수 알갱이에서부터 깨알 같은 씨앗같이 생긴 퀴노아까지 껍질을 도정하지 않았다면 모두 홀 그레인에 속한다.

홀 그레인은 복합 탄수화물의 공급원으로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공급해준다. 또한 셀레늄, 칼륨, 마그네슘, 엽산같은 미네랄 영양소도 포함돼 있다. 배아와 겨에 들어 있는 비타민 B 군은 리보플라빈, 엽산, 니아신 등을 포함한다.

1컵 분량의 통밀 가루에는 철분의 일일 권장 섭취량 26%를 포함하며, 38%의 니아신, 20%의 비타민 B6, 13%의 엽산, 121%의 셀레늄을 함유하고 있다.


#홀 그레인 VS 정제된 곡물

흰 빵 한 조각은 66칼로리에 1.9g의 단백질, 0.6g의 식이섬유소를 포함한다. 반면 홀 그레인 빵 한 조각에는 69칼로리에 3.6g의 단백질, 1.9g의 식이섬유소를 공급한다. 홀 그레인 빵이 흰 빵보다는 단백질, 식이섬유소가 좀 더 많다.


곡물을 도정하게 되면 겨와 배아 부분은 다 떨어져 나간다. 흰 쌀이나 흰 밀로 만들기 위해 떨어져 나간 배아에 비타민과 미네랄 영양소가 밀집돼 있으며 겨 부분에는 식이섬유소가 풍부하다.

겨와 배아 부분이 남아 있는 홀 그레인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도 월등히 높아진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할 때는 흰 쌀밥대신 현미밥을, 흰 빵 대신 홀 그레인 곡물로 만든 빵을 선택할 것을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흰 쌀밥, 흰 빵 같은 겨와 배아 부분을 도정한 곡물은 홀 그레인 만큼은 영양소를 공급할 수 없다. 흰쌀이나 흰 밀에 남아 있는 배유 부분에도 비타민과 미네랄이 있기는 하지만 극히 소량이다.


# 홀 그레인 푸드 레이블 읽기

식품마다 붙어있는 홀 그레인 레이블은 한인들에게 혼란을 주기 쉽다. 각종 빵 포장지에 쓰인 문구에는 ‘홀 그레인’이란 단어가 들어 있지만 얼마만큼 통밀(whole wheat) 가루가 사용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홀 그레인이 도대체 뭔지 잘 모르는 한인들도 많다.

오트밀용 롤드 오츠(rolled oats, 껍질을 벗겨 찐 다음 롤러로 으깬 귀리)는 적절한 홀 그레인 음식이지만 밀죽(cream of wheat)은 가공된 밀음식이라 홀 그레인 음식이 아니다. 옥수수 토티야는 홀 그레인 범주에 들어가지만 밀가루 토티야는 그렇지 않다.

홀 그레인 푸드를 사기 전에는 레이블을 주의 깊게 잘 읽어야 한다.여러 시리얼이나 빵, 파스타, 크래커는 ‘홀 그레인으로 만들어졌다’(made with whole grain)는 표기가 돼 있다.

하지만 홀 그레인 빵을 고를 때는 100% 통밀(whole wheat) 또는 100% 홀 그레인 빵을 택하도록 한다. 또한 주재료가 통밀가루(whole wheat flour)로 사용됐는지 살핀다. 홀(whole)자가 빠진 그냥 밀가루(wheat flour)는 정제된 흰 밀가루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색깔로 고르는 것도 옳은 방법이 아니다.

흰 식빵인데도 으깬 밀과 캐러멜 컬러를 섞어 통밀빵처럼 보이게 해서 파는 경우도 있다. 또한 돌로 간(stone ground), 멀티 그레인(multi-grain) 같은 문구도 건강식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정제된 식품이다. 그렇다면 색깔도 통밀빵보다는 다소 밝은 갈색이고 질감도 거의 흰 빵이랑 비슷한 ‘흰 통밀빵’(white whole wheat bread)도 건강빵이 아닌 걸까? ‘흰 통밀빵’은 홀 그레인 빵에 속한다.

일반 통밀빵이나 홀 그레인 빵과 거의 비슷한 영양소를 공급한다. 일반 통밀빵보다 밝은 갈색인 이유는 밀 종류가 다르기 때문. 대부분 통밀빵은 색이 짙은 적색의 붉은 밀로 만든다.

흰 통밀빵은 알비노 종류의 밀로 만드는 것. 빵을 고를 때 홀(whole)이란 표시가 없다면 정제된 곡물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한편 메밀, 불거(bulgur, 밀을 반쯤 삶아서 말렸다가 빻은 것), 옥수수 가루, 기장, 퀴노아, 라이밀, 현미, 호밀(rye), 오트(oats, 귀리), 야생쌀 등은 100% 홀 그레인이며, 정제됐거나 으깼어도 홀 그레인으로 친다.
또한 어떤 아이템이든 적어도 서빙 당 3g의 식이섬유소를 공급할 수 있는지도 자세히 살핀다.


흰 쌀밥 대신 보리밥, 현미밥, 잡곡밥 등을 먹도록 해야 한다. 현미는 비타민 E, 비타민 B군, 식이섬유소 등 영양소를 고루 포함하고 있다.

하루 권장량 통밀 빵 3조각


#홀 그레인에 통밀만 있나요?

홀 그레인 곡물로 심심하게 통밀, 현미 쌀만 고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곡물들이기는 하지만 라이밀(triticale, 밀과 호밀의 교배종으로 아미노산의 일종인 리신과 단백질이 밀이나 호밀보다 더 풍부하게 함유된 곡물), 아마란스(amaranth), 퀴노아(quinoa) 등은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홀 그레인 식품들이다.

특히 퀴노아는 쌀보다는 약간 작고 둥근 모양으로 고대 잉카에서는 옥수수를 능가하는 중요한 식재료로 사용됐다.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을 비롯, 리신과 메티오닌 같은 아미노산, 철 등이 풍부해 곡물로는 우유에 버금가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아마씨도 인기다.

식이섬유와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돼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도움 된다. 아마씨를 커피 그라인더에 갈아 흰 쌀밥을 지을 때 함께 넣어도 되고, 요거트나 시리얼에 뿌려 먹어도 좋다.


#홀 그레인 종류는

현미쌀, 보리, 메밀, 불거(Bulgur, 밀을 반쯤 삶아서 말렸다가 빻은 것), 기장, 오트밀, 야생쌀, 통밀빵, 통밀 파스타 등이 있다.


#정제된 곡물로 만든 식품들로 피해야 할 것

흰 쌀밥, 흰 밀가루, 흰 빵, 머핀, 프로즌 와플, 콘 브레드, 도넛, 비스킷, 그라놀라 바, 케익, 파이, 버터 팝콘, 크래커 등이다.


#홀 그레인 식품을 왜 선택해야 하나요?

흰 빵보다는 홀그레인 빵을, 흰 쌀밥보다는 현미밥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체중조절을 돕고 소화 흡수가 느려 포만감을 좀더 오래 지속시켜 주기 때문이다.

배아가 남아있는 현미는 소화 흡수에 시간이 걸린다.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속도로 끌어 올렸다가 떨어뜨린다. 흰 쌀밥보다는 현미밥이나 잡곡밥이, 흰 빵보다는 통밀빵이나 오트로 만든 빵이 혈당치를 덜 높여준다.

흰 쌀밥이나 흰 밀가루 음식은 먹으면 빨리 소화돼 혈당이 빨리 상승되고, 결국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며 췌장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돼 결국 췌장의 인슐린 생성 능력 저하로 나타난다.

근육과 간에서는 당 흡수는 늘고, 간에서는 콜레스테롤 분해가 억제된다. 결국 인슐린 분비가 촉진돼 결과적으로 체지방도 늘어날 수 있다.

홀 그레인 식품은 식이섬유소가 풍부해 소화되는 시간이 천천히 걸린다. 포만감이 지속돼 더 이상 음식을 먹게 되지 않고 탄수화물 분해 속도도 느려 포도당을 혈액으로 천천히 내보낸다. 또한 칼륨 섭취를 도와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며, 혈당 조절 및 혈관 손상 위험을 줄여준다.

최근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심혈관계 저널 ‘순환’(Circulation)에서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제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8,000여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홀 그레인과 겨(bran)을 많이 먹는 여성은 적게 먹는 여성보다 더 오래 살고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35%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영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에 적어도 85g의 홀 그레인 푸드를 먹을 것을 권하고 있다. 통밀 빵 3조각에 해당한다.


#멀티 그레인이 홀 그레인과 어떻게 다른가요?

멀티 그레인 빵이 홀 그레인 빵을 대체할 수는 없다. 홀 그레인은 그야말로 곡물을 도정하지 않은 것으로 배아, 겨 부분이 다 살아있어야 한다. 멀티그레인은 한 종류 이상의 곡물로 만든 것으로 홀 그레인이 섞였거나 정제된 곡물을 섞었을 수도 있다.


홀 그레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소화 흡수가 느려 포만감을 좀 더 지속시켜주며 체중 조절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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