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암 알아야 이긴다 -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주범

2010-06-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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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떤 직접적인 증거도 발견된 바는 없지만, 많은 암 전문 의학자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암 발생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집단일수록 지나친 흡연, 음주 등 암 유발인자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높다고 한다. 이는 암을 일으키는 스트레스의 간접적 역할을 암시한 것이고, 지나친 스트레스가 인체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 역시 만만치 않다.

사람의 뇌 속에 있는 시상하부는 인체의 자율신경계와 호르몬을 관장하는 최고사령부로서, 자동적으로 호흡·맥박·혈압·소화작용 등을 생존에 적합하도록 조절해 준다. 시상하부에는 개체마다 일정하게 세팅된 틀이 있어 규칙적으로 호르몬의 분비와 자율신경의 흥분, 억제를 조절한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 시상하부가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 스트레스 대처 호르몬, 즉 코티솔과 이드레날린을 분비하도록 명령한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코티솔과 아드레날린은 평상시보다 20배나 많이 분비되어 외부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게 신체 각 부위를 자극해 흥분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압과 맥박수, 호흡수를 올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며, 근육에 많은 혈액을 공급하는 반면 다른 내장으로의 혈액 공급은 줄이며, 위장관의 운동을 멈추게 하고 소화액의 분비를 줄여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등의 급하지 않은 작업을 모두 억제한다. 이때 억울하게 함께 억제되는 것이 바로 암 발생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면역체계라는 것이다.

T림프구는 인체 면역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 가운데 우리 몸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균 같은 외부 침입자는 물론 노화되거나 암세포로 변형된 세포를 찾아내 죽이는 야전군 노릇을 하는 자연살상(natural killer) 세포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 시상하부가 우리 몸이 항상 비상사태인 것으로 착각하여 코티솔 등을 과잉분비하게 되며, 이 때문에 자연살상 세포의 수는 물론 기능도 약화되어 암 발생의 감시체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로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 즉 ‘순종적이고 고독한 사람’ ‘화를 억지로 참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에게 암 발생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백남선 / 건국대학교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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