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버스토리 - 앤틸로프 밸리 파피 ‘지금이 한창’

2010-04-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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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없이 펼쳐지는 구릉지대 주황색 융단을 펼친듯…

봄을 알리는 파피꽃 시즌이 시작됐다. 모하비 사막 앤틸로프 밸리에 위치한 파피 보호구역(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에는 지난주부터 파피꽃들이 본격적으로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들판 곳곳이 주황물결을 이루고 있다. 야생화가 생명 꽃 피우는 사막의 자연은 그래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산과 들을 울긋불긋 화려한 모자이크로 수놓는 야생화의 물결. 잡초들을 비집고 들판 가득히 피어나는 봄의 전령사들은 이제 흐렸던 마음을 털어내고 어릴 적 고향의 봄을 반추해 보라고 손짓한다. 모하비 사막의 1,800에이커에 이르는 파피 보호구역은 캘리포니아 주화인 파피꽃 외에도 노란색의 골드필드, 레드 메이드, 보라색의 피그미 루핀 꽃까지 함께 흐드러지게 피어 다양한 사막의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앤틸로프 밸리의 파피는 평년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이 절정이기 때문에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말에 방문하면 파피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매년 방문하는 곳이지만 앤틸로프 밸리만큼 맘을 설레게 하는 구경거리는 찾기 힘들다. 군락마다 오색찬란한 융단을 펼쳐 놓은 듯 화려하게 피어난 주홍색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경기불황에 잔뜩 위축됐던 마음이 살짝 풀어진다.


파피는 겨울 우기에 매우 예민한 식물이다. 올 겨울은 우기 막바지에 강우량이 많아지면서 파피가 지난 3월 말부터 꽃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많은 강우량 때문에 잔뜩 기대하면서 방문한 파피 보호지역은 지난 2008년만큼 최절정의 컨디션은 아니었다. 저 멀리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파피의 융단은 아니지만 보호지역 언덕 너머로 아름다운 주황색 필드가 이어지면서 잔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보호지역에는 파피 외에도 해바라기과의 골드필드(goldfield)가 보호지역 북쪽 언덕 위를 장악하고 있다. 손톱보다 작은 꽃들이 스퀘어피트 당 500~800송이씩 피어나는 골드필드는 그 향기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산허리 자락은 오렌지색 물결을 이루고 있으며 골드필드의 노란색 물결과 어우러져 환상의 색채를 연출하고 있다.

파피는 가볍게 하이킹을 하면서 즐기면 더욱 재미있다. 보호지역에는 약 10개의 길고 짧은 트레일이 있어 한가하게 거닐거나, 3~6마일 하이킹을 하면서 꽃구경을 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트레일에서만 걸을 수 있으며, 야생화가 피어 있는 언덕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에는 레인저가 야생화의 생태를 설명하면서 그룹으로 하이킹을 나서는 프로그램도 있다.

파피 보호지역의 마가렛 로버츠 레인저는 “올해는 파피의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며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지 않는 이상 파피는 오는 5월 중순까지 꽃을 피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앤틸로프 밸리 파피 보호구역 파피꽃들이 본격적으로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들판 곳곳이 주황물결을 이루고 있다.


■ 가는 길


LA에서 5번 North를 타고 가다가 14번 North로 갈아타 랭캐스터로 향한다. 애비뉴 I(Avenue I)에서 내려 좌회전하면 110th St.을 지나 길 자체가 우회전을 하게 된다. 이때 길은 120th St.으로 바뀌고 또 Fairmont Needach Rd.로 다시 랭캐스터 로드로 바뀐다. 이때 뒤돌아가지 말고 Munz Ranch Rd.를 패스해서 계속 가면 파피 보호구역에 도착한다. 14번 프리웨이에서 애비뉴 I에서 내려 보호지역까지 약 15마일 걸린다. LA 한인타운에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바람 없고 화창한 아침나절이 ‘절정’


방문객센터 생태계 자연학습
레인저 설명 들으며 하이킹도

▲제인 핀헤로 방문객 센터
(Jane S. Pinheiro Interpretive Center)

보호지역에 있는 방문객 센터에는 파피는 물론 이 지역에서 군생하는 식물들과 동물들에 대한 학습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야생화에 대한 비디오도 상영한다.

방문객 센터에는 캘리포니아주 유명 화가들의 야생화 주제 작품 전시회도 열리고 파피에 대한 각종 정보를 담은 안내책자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방문객 센터는 방문객들을 위해 문을 열었고, 꽃이 지속적으로 피지 않더라도 5월 중순까지는 오픈될 예정이다. 보호지역 입구에는 작은 피크닉장이 있는데 주말에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방문객 센터는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원은 일출부터 일몰까지 개장.

웹사이트: www.parks.ca.gov (Search에서 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를 검색한다.

•주소: 15101 West Lancaster Rd.
Lancaster, CA 93536
•문의: (661)942-0662
(661)724-1180
•주차: 자동차당 8달러.
노인이 타고 있으면 7달러.


파피꽃은 주변 기온과 바람에 예민한 식물이다. 바람이 잔잔한 오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파피들을 목격할 수 있다.


▲파피 구경은 이렇게…

보통 절정시즌은 4월 중순이지만 올해 절정기는 다른 때보다 1~2주 더 길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는 거의 비가 오지 않는 4월에도 비가 내려, 아직 피지 않은 꽃들도 더욱 앞 다퉈 피고 있기 때문이다.

파피는 날씨가 흐리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봉우리를 움츠리고 주위의 잡초 속으로 꽃을 감춘다. 앤틸로프 밸리는 20~30마일의 강풍 지역으로 유명하다. 집을 나서기 전에 이 지역의 기후를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알고 떠나는 것이 좋다.

파피는 또한 이른 아침 가장 화사하게 봉오리를 피운다. 그래서 아침 일찍 구경을 나서는 것이 좋은데 특히 주말 오후면 이 지역을 찾는 차량의 물결로 트래픽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바람도 오전에는 비교적 잔잔한 편이다.

앤틸로프 밸리의 기후나 개화 상황은 모하비 사막 안내센터(661-942-0662)나 개화 핫라인(661-724-1180)에 문의하면 된다.

이밖에도 선밸리에 있는 디어도어 패인 재단(Theodore Payne Founda-tion)은 남가주의 야생화가 피는 지역을 알려주는 24시간 전화 서비스(818-768-3533)를 실시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주말에 야생화 투어를 실시한다.

•문의: (818)768-1802
www.theodorepayne.org


파피 보호구역에는 파피꽃 외에도 해바라기과의 노란색 꽃인 골드필드를 만날 수 있다.


▲인근지역 파피 구경 장소

파피의 구경은 보호지역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지금은 보호지역보다는 인근의 언덕들이 파피를 구경하기 좋다.

14번 프리웨이에서 파피 보호 지역으로 진입하는 애비뉴 I 도로변에도 파피가 많이 피어 있지만 가장 파피가 많은 곳은 보호지역에서 북쪽으로 3~4마일 지역인 애비뉴 D(138번 하이웨이)와 150th St. 만나는 지역의 벌판이다.

보호지역에서 나와서 우회전을 하고 가다가 170th St.에서 다시 우회전 애비뉴 D를 만나면 우회전해서 2마일 정도 가면 150th St.이 나오는데, 이 길은 비포장도로 샛길이다. 조심해서 이 도로에 들어서서 200~300야드만 진입하면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절경의 파피 융단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에 넓은 들판을 마치 개인이 전부 렌트한 것처럼 한가하게 가족이 즐길 수 있다.


■주의할 점

•트레일로만 다녀야 한다.
•야생화 꽃은 절대로 꺾어서는 안 된다. ‘보호구역’이므로 작은 꽃 하나라도 보호되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꽃을 꺾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사진을 찍겠다고 필드 안으로 들어가 야생화들을 망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꽃을 꺾는 행위는 누군가 신고할 수도 있으므로 특히 주의한다.
•사막 바람이 거세다. 긴팔 겉옷이나 모자 등을 지참한다. 또한 선크림도 꼭 바른다.
•말과 마운틴 바이크는 가져갈 수 없다.
•애완견도 데리고 갈 수 없다.
•피크닉 테이블이 공원 내 마련돼 있다. 음식은 지정된 피크닉에서만 먹는다. 사막지역이므로 물은 넉넉히 갖고 가는 것이 좋다.





<글 백두현·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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