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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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이야기/ 본국의 아파트 vs. 뉴욕의 콘도

2010-03-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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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현/M&T Bank Sr. Loan Officer

본국에 모든 가족을 둔 필자는 2년에 한번 정도 본국을 방문한다. 연로한 부모님을 뵙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필자로서는 본국의 주택 상황 또한 이곳 영업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국을 방문한 독자들은 한결같이 느끼겠지만 본국의 발전 속도는 가히 놀라움 그 자체이다. 이번에 본 고국의 모습은 2년 전 본국의 모습과 또 한층 업그레이드 된 그것을 보여주었다. 인천공항을 통해 내린 곳으로 부터 필자의 고향인 시골구석까지 어느 한군데 타워 크레인이 멈춘 곳이 없을 정도이다.

특히 이번에 유심히 본 것은 고층 아파트의 증가인데 수십년전만 하더라도 성냥갑 같은 아파트 일색이었는데 수년전부터 이곳 맨하탄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외양의 고급 고층 콘도와 흡사한 형태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방문 길엔 웬만한 지방 도시에서도 신축 아파트는 전부 고층 고급 아파트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필자의 지인들 중에 벌써 새로운 고층 아파트에 입주한 분들이 있어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지하 주차장부터 안방까지 전부 디지털 시스템이 되어 있고 내부 내장재 또한 동양적인 미를 갖춘 고급스러움과 실용성을 최대한 살린 초호화식 아파트였다. 맨하탄의 고급 콘도들 보다 앞서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이러한 발전 속에 몇가지 우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번째는 세계 곳곳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진 문제이다. 해마다 강도 7이상의 지진 소식이 끊이질 않고 보도되고 있다. 특히 태평양을 연안으로 하는 환태평양 지역은 항시 지진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 일전 쓰나미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환태평양 연안인 한반도도 지진의 영향권에서 그리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최근 고급 콘도는 내진설계가 기본일 것이다. 필자는 지진학자도 아니고 건축기사도 아니지만 일반적 상식을 가진 자로써 아무리 내진설비를 갖춘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강도 7이상의 지진으로 건물 자체는 견딜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건물 그 기반은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것이다. 경관만 중시해서 바다가 가까운 곳에 수십층의 고층 아파트를 수십억에 분양하고 있으니 이런 고층 아파트만 고집하다간 불시에 자연 재해가 일어난다면 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겠지만 본국에서 경쟁적으로 높게 지으려고 힘쓰는 고층 아파트를 볼 때 필자는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라고 여겨진다.

또 한가지 짚어볼 문제는 수요와 공급 문제인데 본국은 세종시 문제 등 여러가지 정치적 사안 등으로 전국토가 얽혀져있다. 또한 교통망의 급속한 발달로 굳이 수도권에 위치하지 않더라도 수도권의 수혜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나라가 점점 진화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전 국토의 수많은 토지가 주택지로 변경되어 어제의 논밭에 고층 아파트가 세워지고 있다. 이렇게 해마다 고층아파트를 신축해가면 이에 따른 수요가 증가해야 되는데 본국은 지금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앓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나이가 들어 결혼을 하니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울 수 있으나 자녀 출산에 있어서는 그만큼 생산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젊은 부부들은 자신들 삶의 질을 무엇보다 중요시하고 있으며 불필요하게 늘어난 사교육비로 인해 자녀 출산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수많은 신축 아파트를 소화하고 있는 세대들
은 다름 아닌 전후세대에 태어난 베이비 부머들과 60년대 70년대 한창 본국의 경제 개발을 시작할 때 태어나서 지금 경제 기반에 허리를 차지하고 있는 세대들이다.

하지만 현재 이들 젊은 세대들의 저출산의 위험은 향후 10년이 지날 즈음이 되면 곧바로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벌써 본국의 지방 중소 도시는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이유로 수도권 일대에 수십억대 아파트 투기는 그만큼 위험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는 필자가 살고 있는 일상으로 돌아와서 보자. 이곳 맨하탄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메트로지역은 본국처럼 콘도와 코압이 즐비하다. 이곳 실정은 본국의 모습과 사뭇 다른데 이곳의 콘도 전망과 현재 융자 상황을 짚어보자
앞서 본국의 예로 설명을 했는데 맨하탄을 중심으로 한인들이 주로 주거하는 뉴욕 뉴저지 지역은 그 개발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맨하탄 중심으로 뉴욕과 뉴저지 지역의 일부 녹지도 주택지로의 변경은 엄청나게 어려움을 안고 있고 허가 지체가 여의치 않다. 이런 이유로 맨하탄을 중심으로 일부개발업자들이 기존 건물들을 매입해서 새로운 고층 콘도를 올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수많은 고층 콘도가 세워졌으며 이 고층 콘도의 소비를 주도한 고객은 월가의 신흥 젊은 재력가들이었다. 2000년대 초기 해마다 쏟아지는 막대한 보너스들로 경쟁적으로 고층 콘도를 매입 했었다. 이런 붐을 타서 개발업자들은 맨하탄 구석구석 건물들을 매입 했고 고층 콘도들을 세워 나갔
다. 가격 또한 웬만한 신축 콘도는 1베드룸이 100만달러를 기본으로 시작했다. 이런 호황은 2007년말 금융위기를 시점으로 냉각기를 접어들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고층 콘도를 소비할 월가의 소비층이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신축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고 미분양 콘도들까지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콘도 가격들도 10~20%이상은 기본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로 인해 2004~2007년까지 계약을 하고 클로징한 고객들 중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클로징을 포기한 고객들이 생겨나고 또한 건축의 지연으로 계약 자체가 해지된 케이스들도 속출하게 되었다.

이런 문제로 융자 은행들 또한 콘도 융자에 있어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예전에는 50%이상 팔리면 쉽게 융자가 되었으나 이제는 70%이상 계약이 되어야 융자를 해주는 등 그 심사 기준을 한층 강화 시켰다. 이런 우려와는 반대로 현재 미국의 금융 위기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특히 뉴욕은 경제 정치 문화 예술의 복합적인 중심 지역으로 유입 인구가 끊임없이 증가되는 지역이고 그 개발 지역은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고급 콘도의 거품은 빠져야 되겠지만
세계 어느 지역보다 안정적인 투자지역인 것은 자명하다.
맨하탄 콘도에 투자 중인 고객이나 투자를 계획 중인 고객들은 멀리 내다보며 느긋이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가지면 언젠가는 그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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