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로워도 스타일리시하게”

2010-02-13 (토)
크게 작게

▶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속 골드미스들

언밸런스 헤어컷
이미지 중시하는 아웃핏
세월 거스르는 메이컵에
그녀들의 스타일이 산다


21세기 신인류로 부상한 우아한 싱글녀 ‘골드미스’도 솔로로서 외로움을 느끼는 날이 일 년에 딱 한번 있다. 바로 밸런타인스 데이(Valentine’s Day)다. 초컬릿 상자를 건네는 순간 그 속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숨어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그녀들. 그러나 반지를 찾기는커녕 칼로리 높은 초컬릿을 먹었다는 이유로 야심한 밤 동네 한 바퀴를 뛰어야 하는 그녀들이다. 탄탄한 경제력을 갖추고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30대 골드미스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속 스타일리시한 그녀들이 요즘 화제다.

2004년 방영됐던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내 마음대로 가주지 않는 인생과 사랑을 그린 골드미스에 대한 고찰이었다. 반면에 속편격인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나이가 많다고 아무나 만날 순 없다고 주장하는 골드미스의 반란이다. 몸값 높은 골드미스에게도 유형별 편차는 존재한다. 소비패턴으로 구분하는 골드미스의 유형은 3가지. 부모에게서 경제력을 물려받은 ‘대물림형’, 집안 배경도 좋고 본인도 능력을 갖춘 ‘플래티넘형’,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을 일군 ‘자수성가형’이다. 그 중에서 가장 결혼이 늦어지는 골드미스는 아무래도 자수성가형. 이들은 볼품없는 싱글남보다 외모와 능력이 출중한 재혼남을 만나겠다는 자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유행하면서 차라리 비전 있는 연하남을 고르겠다는 추세로 바뀐 듯하다.


‘서른 셋 넘은 여자가 좋은 남자를 만날 확률은 외계인에게 납치될 확률보다 낮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드라마 속 3명의 골드미스는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굿판까지 벌인다.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영위하면서도 ‘결혼’에 대한 염원은 어쩔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웬걸. 굿판을 벌이는 광경이 TV카메라에 잡혀 온갖 창피를 당한 후, 굿판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 골드미스의 아킬레스건 ‘눈높이에 맞는 남자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비극을 넘어서며 열 살 연하부터 옛 애인, 유능한 한의사까지 ‘괜찮은’ 총각들이 그녀들에게 해바라기 사랑을 바치기 시작한 것이다. 드라마 속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간주하기엔 뭔가 짚이는 것이 있다. 직업에 어울리는 그녀들의 개성 있는 스타일링이다. 엉뚱 발랄한 보도국 방송기자 이신영(박진희 분), 지적이지만 된장녀의 표본인 동시통역사 정다정(엄지원 분), 당당하면서 쿨한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부기(왕빛나 분)의 헤어스타일과 개성 강한 커리어우먼 룩, 메이컵을 분석해 봤다.

HSPACE=5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등장하는 3명의 골드미스, 엄지원, 박진희, 왕빛나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리시 룩.


■커리어를 보여주는 헤어스타일

역시 골드미스가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은 언밸런스 보브컷이다. 극 중 지적이지만 된장녀의 속성을 그대로 지닌 동시통역사 정다정역을 맡은 엄지원은 볼륨 있는 언밸런스 단발 보브컷으로 단아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자신감 넘치는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부기역의 왕빛나는 스퀘어 컷과 여성스러운 라운드 컷의 비대칭적 조합으로 카리스마 있고 중성적인 캐릭터를 강조했다.

엉뚱발랄한 방송기자 이신영역을 맡은 박진희는 ‘히피 웨이브’ 헤어로 다른 골드미스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길이가 긴 뱅 스타일의 롱 웨이브라는 점에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한예슬, ‘파스타’의 공효진과 유사한 이번 시즌 트렌드 헤어지만, 부스스한 웨이브가 포인트이다. 극중 배역이 보도국 기자이다 보니 활동적이면서 꾸미지 않은 세련된 이미지가 필요한데, 히피 웨이브 스타일이 그녀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해 준다. 게다가 동안이고 싶은 여성들이 고수하는 뱅 스타일의 앞머리는 열 살 연하와 연애를 시작하는 그녀에게 필수.

헤어스타일리스트가 조언하는 박진희의 히피 웨이브는 커트선을 무겁게 처리한 후 느슨하고 무거운 느낌의 롤링펌을 하면 된다고.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이 특징이기 때문에 헤어 컬러는 브라운 계열을 사용해 조금 더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할 필요가 있다.


“항상 예쁘게 하고 다니지”


■나이보다 이미지 중시하는 패션
30대 중반에 결혼은 못했지만, 아이를 낳고도 처녀처럼 보이는 미씨족보다 스타일이 없어서야 체면이 서질 않는다. 그래서 이 시대의 골드미스는 자신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스타일에 온 신경을 기울인다. 박진희 스타일은 집업 후드나 체크 남방 등 캐주얼한 이너에 시크한 가죽 재킷을 코디해 늦은 밤 뻗치기를 마다하지 않는 활동성을 강조한다. 극 중 가장 화려한 스타일로 등장하는 왕빛나는 원 숄더 디자인과 모피 패션, 빛나고 과감한 주얼리로 트렌디하면서 럭서리한 ‘앳지룩’을 보여준다.
하루 빨리 골드미스를 탈피하고 싶어 하는 엄지원은 ‘청담동 며느리룩’을 고수한다. 올해 결혼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키 크고, 인물 좋고, 억대 연봉에 성격 좋고 연애경험도 별로 없고 나만을 사랑해 주는 싱글남을 찾는 그녀의 속내가 반영된 스타일이다. 트위드 재킷, 샤넬라인 스커트, 체인 퀼팅백, 플라워 코사지 등 드러내놓고 럭서리를 강조하기보다는 클래식한 아름다움을 선호한다. 때로는 어려보이는 화이트 코트에 빨간 앙고라 모자를 써서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을 강조하기도 한다. 청담동 며느리룩은 군데군데 디테일에 신경써야 하는데, 목걸이와 팔찌, 반지같은 주얼 리가 관건이다. 엄지원은 진주를 메인 아이템으로 심플하면서 우아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간혹 스와로브스키 나비 귀고리와 리번 목걸이로 발랄한 분위기를 내는 러블리 컨셉을 연출하기도.


■세월을 거스르는 동안 메이컵

언제 남자를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예뻐야 한다고 말하는 엄지원은 목욕하고 집에 돌아올 때조차 메이컵을 한다. 바로 그거다. 심심치 않게 날아들던 청첩장이 뜸해졌다고 피부관리까지 소홀히 하면 절대 안 된다. ‘역시 신부는 어리고 봐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대못을 박기 전에 젊은 피부를 유지하는 뷰티 전략이 필요하다. 동안 메이컵은 무조건 어리게 보이는 핑크 메이컵이 아니라 피부 본연의 광채를 회복시킨 도자기 피부톤 표현이 승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튀는 패션을 소화하는 왕빛나도 메이컵 만큼은 결코 튀지 않는다. 무술 고수에게 중국 무술인 당랑권과 우슈를 배운 도시의 무협녀라는 설정에 맞게 자연산 건강 미인임을 강조한다. 골드미스는 나이에 걸맞게 우아함을 강조하고 피부결점을 꼼꼼하게 감춰주는 메이컵이 필요하다. 눈썹은 얼굴형에 비해 너무 가늘거나 짧게 그리지 않으며 짙은 브라운 색상보다는 회갈색의 펜슬을 이용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피부 본은 너무 밝지 않도록 하고, 컨실러를 이용해 피부 잡티를 제거한 후 이목구비를 귀족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하이라이터 블러셔로 전체적으로 피부에 광채를 더한다. 입술선은 되도록 또렷하고 팽팽하게 표현한다. 립라이너로 입술선을 정리해주거나 립스틱을 사용할 때는 붓펜으로 입술 주름을 세로로 메우듯 채워나가면 색깔이 오래 지속되고 입술 주름을 감출 수 있다.

<하은선 기자>

HSPACE=5
‘서른 셋 넘은 여자가 좋은 남자를 만날 확률은 외계인에게 납치될 확률보다 낮다’는 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골드미스들.


HSPACE=5
엉뚱 발랄한 보도국 방송기자로 출연하는 박진희의 스타일 포인트는 길이가 긴 뱅 스타일의 부스스한 히피 웨이브이다.

HSPACE=5
청담동 며느리 룩을 고수하는 동시통역사 엄지원은 화려한 패션보다는 주얼리 등의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

HSPACE=5
자신감 넘치는 레스토랑 컨설턴트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왕빛나는 무술로 몸매를 유지하는 건강미인의 매력을 보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