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미·스릴·꿈… 어른들의 장난감

2010-02-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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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 무선조정 모형 오락기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인기가 높은 장난감이 있다. 바로 공원이나 해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선조정 비행기와 자동차들이다. 무선조정 비행기와 자동차들은 보기만 해도 재미있다.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지면을 쏜살같이 가로지르다가 갑자기 180도 방향을 바꿔 오던 방향으로 질주한다. 바람개비처럼 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언덕을 높이 점프해 달리기도 한다. 창공을 질주하는 비행기 역시 조종사 마음대로 나무 사이를 누비고 360도 회전을 하면서 공중 쇼를 벌이기도 한다. 조종사가 직접 탑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종기 하나로 실제 탑승한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무선조정 장난감들은 자기가 스스로 조립과 정비를 하면서 유익한 취미생활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경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어 한인을 포함해 전 세계에 수백 만명의 동호인들이 있는데 LA에도 몇몇 한인들이 모여 주말마다 즐거운 모임을 갖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색다른 레크리에이션 무선조종의 세계를 소개한다.

전동·개스엔진에 무선 컨트롤 장치
레이싱카 ·비행기·보트 등 다양
한인동호인 모임 등 매니아클럽 많아


◆무선조정 모델이란?

무선조종(Radio Control)의 약자 ‘R/C CAR’로 불리는 모형 자동차 외에도 하늘을 나는 모형 비행기나 헬리콥터 그리고 물 위를 항해하는 모형 보트 모두가 라디오 시그널을 통해 움직이는 R/C 기구들이다.

R/C 모델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전동(electric power)과 개스 엔진의 힘으로 움직이는 엔진(gas power)이 있다.

최근 들어서는 대부분 전동을 사용하는데 일단 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전기 엔진의 힘과 사용시간이 늘어났으며 개스 엔진보다 사이즈가 작아 모형을 만드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장비는 ▲조종기 세트: 송신기와 수신기, 전력 공급용 배터리 홀더 ▲배터리와 연료: R/C 모형의 파워를 공급하는 부품들 ▲충전기: 전기(EP) 방식 모형의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부품으로 종류에 따라 급속 충전기, 완속 충전기 등으로 나눠진다.


◆R/C 모델의 획기적인 발전


R/C 모델은 최근 4~5년 사이에 크게 발전했다. 가장 큰 변화는 모형에 파워를 공급하는 모터가 ‘블러시리스 블레이드’(blushless blade)로 바뀌면서 소음이 거의 없어지고 파워가 크게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모형의 가격도 크게 낮아졌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조종기도 종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었다. 보통 2.4G 조종기로 불리는 디지털 조종기는 가격도 저렴하고 종전의 묵직한 모델에서, 집에서 사용하는 오락기의 조종기 정도로 작게 변했다. 특히 디지털 조종기는 예전 모델에 문제였던 전파방해가 전혀 없다. 전파방해 현상이 발생하면 라디오 시그널이 비행기나 자동차에 전달이 불가능해 지면서 모형이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모델의 조립도 매우 간편해졌다. 종전에는 킷(kit) 모형을 구입해 자신이 직접 조립하고 도장(색칠), 개조도 하면서 나름대로 꾸며나가는 것으로 조립이 이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행기 한 대를 조립하는데 4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요즘은 대부분의 동호인들은 ‘ARF’(Almost Ready to Fly)라고 불리는 거의 조립이 완성된 제품을 사용한다. 중국 등에서 대량 생산되는 이 제품은 레이저 커팅 기술로 파트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조립이 간편하고 하루 이틀이면 조립해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호인들은 ARF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초보자는 비싼 모델 피하고
조종법·기본기술부터 습득


◆모형 자동차·비행기 종류 및 성능

모형 자동차의 모델은 거친 노면에서 달리는 오프 로드(off-road) 자동차와 고른 노면에서 달리는 온 로드(on-road) 자동차로 나뉘게 된다.

온 로드 자동차로는 투어링카, 레이싱카, 포뮬러카, 스톡카 등이 있으며 오프 로드 자동차로는 버기카, 렐리카, 록 크라이머 등이 있다.

레이싱카는 말 그대로 속도를 위해 만들어지는 모델인데 스피드가 시속 40~50마일을 초과하는 모델도 있다.

조립된 제품은 개인적으로 공원 등에서 즐길 수 있으며 모형 자동차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레이싱 트랙(racing track)에 가서 경주에 참가할 수도 있다. 남가주 각 지역에서는 각종 모델의 레이싱이 매달 열리고 있다.

R/C 자동차의 모델은 현재 생산되고 있는 모델만 1,000여종이 넘기 때문에 자신이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모형 자동차와 보트가 2채널로 작동을 하는데 비해 무선 모형 비행기는 4개 채널로 작동된다. 모형 비행기는 상하, 좌우, 가감속, 바퀴 출입 등의 조정이 필요해 정교한 조종이 필요하다.

모형 비행기 역시 전기와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구분되며 다시 고정 날개를 가진 프로펠러 비행기와 제트 엔진기, 헬리콥터 등으로 나뉘는데 일반에 널리 보급된 것은 전기모터로 사용하는 프로펠러 비행기와 헬리콥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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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장비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조종기의 경우 요즘 인기를 끄는 mCX 모델(왼쪽)은 100달러 미만에 구입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고가품은 1,000달러가 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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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R/C의 기술 발달로 인해 가격은 저렴하지만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소형 모델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가족 공원으로, 함께 즐기는 취미생활

초보자 가이드

전문가들은 초보자들이 R/C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LA 한인타운에서 유일하게 모형 자동차와 비행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하비랜드(Hobbyland·213-389-6229)의 대표 이영환씨는 “초보자는 동체와 조종기 그리고 추가 부품들이 모두 함께 있는 ‘콤보’(combo)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은데 이들 비용은 보통 400달러 선”이라며 “지난 5년간 R/C 모델의 가격이 반 이상 떨어졌기 때문에 초보자도 큰 부담 없이 취미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문적으로 경기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1,000달러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덧붙였다.

헬리콥터의 경우 고급품은 수천달러에 달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mCX’ 모델의 경우 단 10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일반 고가품 헬리콥터와 조종 방법 및 비행이 거의 같기 때문에 초보자들은 이 모델을 구입해 기본적인 조종법을 매스터 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무선조종에 입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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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매니아층을 토대로 무선조종 비행기의 각종 조립대회 및 컨벤션이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매니아 10여명 정기적 만남

한인 동우회

위티어내로우·발보아팍 등
LA인근 전용비행장 이용


초보자들은 조종이 서툴러 혹시 비행기가 지상에 곤두박질하면 수백달러에 달하는 수리비가 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1,000달러가 넘는 모형 비행기가 쓰레기로 변해 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조종술 또한 보는 것처럼 수월하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초보자들의 경우 1~2번쯤은 본의 아니게 추락시키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같은 이유로 모형 비행기 조종은 처음부터 전문가에게 기초부터 단단히 쌓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를 만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동우회에 가입하는 것인데 LA한인타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동우회로는 LA R/C 클럽이 있다. 10여명의 무선조종 매니아들로 이뤄진 클럽은 주기적으로 남가주 곳곳에 있는 모형항공기 전용 비행장에서 모임을 갖는다.

모형 비행기 전용 비행장은 남가주 지역에도 여러 곳이 있으며 LA 인근에서는 60번 포모나 프리웨이 로즈미드(Rosemead Bl.) 출구 근처의 위티어 내로우(Whittier Narrow) 공원 비행장이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밸리의 발보아 공원에서는 주말이면 한인들이 비행기를 날리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하비랜드의 이용환씨 역시 이 모임의 멤버인데 “R/C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회비 없이 그냥 주말에 취미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모임을 갖고 있다”며 “R/C에 관심이 있는 한인이면 누구나 조인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씨는 “특히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을 하는 기분으로 모이면서 유익한 주말을 보내고 있다”며 “어린 자녀들이 모형 비행기나 자동차를 부모와 같이 만들면서 건전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클럽의 자랑이다”고 말했다.
모임에 대한 문의는 하비랜드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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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장난감으로 더욱 잘 알려진 무선조종 모델들. 스타트 경비가 비교적 낮아 큰 부담 없이 시작이 가능한 레저이다.


글 백두현 기자·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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