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정부서 장려해 주택시장 안정시켜야
은행이 융자 재조정 때 모기지 원금을 깎아줄 경우 재연체율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연방 정부가 이같은 원금 삭감을 장려해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 닷컴의 7일 보도에 따르면 웰스파고 은행의 경우 모기지 연체자의 원금을 삭감해 재연체율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웰스파고는 연체 모기지 중 약 20억달러 규모의 원금을 삭감해 주는 융자 재조정을 단행했는데 재조정 6개월 후 재연체율은 융자업계 평균 재연체율의 절반 수준인 약 15~20%대로 떨어졌고 이에 은행 측은 만족하고 있다. 웰스파고 은행의 프랭클린 코델 주택융자 부문 최고 재정책임자는 융자 원금 삭감 결과가 매우 고무적이라며 자격을 갖춘 연체 고객을 대상으로 원금을 삭감해 주는 융자 재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무디스 닷컴의 수석경제학자 마크 잰디는 최근 실시한 주택시장 관련 의회 연설에서 은행들의 모기지 원금 삭감과 관련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브프라임 피해로 모기지를 연체하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에게 모기지 원금 삭감을 제공하는 은행에 삭감액 2달러당 정부에서 절반인 1달러를 보조해 주자는 안이다. 잰디는 연설에서 재정난에 처한 ‘깡통주택’ 소유주들의 모지기 원금을 삭감해 줌으로써 앞으로 모기지를 갚아나갈 수 있는 재정 능력과 의지를 키워주자는 것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융자 재조정을 실시해 주는 은행들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 이자율을 낮추거나 융자기간을 연장해 주는데 그친다. 이같은 재조정 혜택을 받은 모기지 연체자들은 일시적인 페이먼트 감소에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다시 모기지를 연체하거나 차압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앰허스트 증권의 로리 굿맨 수석디렉터는 모기지 금액이 주택가격보다 높은 이른바 ‘깡통 주택’ 상황이 모기지 연체율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융자 원금 삭감을 통해 모기지 연체율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재정난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에게 융자 재조정을 실시해 줄 것을 은행들에게 적극 주문하고 있지만 원금 삭감에 나서라고 특별히 요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 퍼스트 아메리칸 코어로직사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정점이던 2006년에 비해 전국적으로 약 25% 정도 빠졌고 금액으로는 약 7,4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 금액인 7,00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금액으로 일부 경제학자들이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현재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모기지 원금 삭감에 나서는 은행들에게 최고 약 450억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라 블레어 FDIC 사장은 최근 고실업률 사태로 모기지 연체 사태가 우량 모기지에까지 번질 수 있다며 이같은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원금 삭감에 따른 은행들의 손실을 분담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의 모기지 원금 삭감에 따른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페이먼트 상환 능력이 있는 주택 소유주들이 일부러 페이먼트를 연체하며 원금 삭감을 포함한 융자 재조정을 요구할 것을 우려해 원금 삭감 프로그램을 적극 소개하지 않고 있다. 또 융자 은행이 발행한 모기지의 실소유주라고 할 수 있는 투자 그룹들이 원금 삭감을 실시하는 은행들을 상대로 피해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대형 융자은행 컨트리와이드가 발행한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을 소유한 그린위치 파이낸셜 서비스는 2008년 12월 융자 원금 84억달러를 삭감해 주겠다고 발표한 컨트리 와이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준 최 객원기자>
융자 재조정시 원금이 삭감될 경우 모기지 재연체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정부의 추가 지원이 확정될 경우 원금 삭감에 나서는 은행이 늘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