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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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칼럼/ 자연과의 대화

2010-01-0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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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삼(소유디자인그룹 대표)

얼마 전 종방이 된 ‘아이리스’라는 텔레비젼 드라마에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장면이 있었다. 일본 아키타현의 야외 온천지와 스키장 주변의 매혹적인 경관과 더불어 일본 전통 양식 주택의 조화가 그것이었다.그다지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전통적인 주택물이 순수함을 대표하는 흰색의 “눈”이라
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배경으로 필자의 눈에 다가왔을 때 그 전달력이라는 것은 형용 할 수 없는 전율과 뭉클함 이상이었다. 또한 토속적인 건축 재료인 나무의 다양한 피니쉬들이 건축미를 한층 더 살렸다.

필자는 존경하는 건축가 중 피터 줌서 ( Peter Zumthor)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가구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스위스 태생의 그는 목수쪽일과 건축디자인을 고향 스위스와 미국에서 각각 공부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스위스로 돌아간 그는 고 건축물 보건 프로젝트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건축 시공의 전반적인 이해와 건축 재료들이 가지는 각각의 특색을 하나 둘씩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경험이 그의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재료들의 고유 개성과, 다른 재료들끼리의 만남에 있어 개성있는 건축적 디테일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그만의 건축 색깔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1978년부터 꾸려가는 조그마한 디자인 스튜디오를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는 그의 대표작품들 중 하나인 ‘Thermal Baths, Vals, Switzerland’(스위스의 발스라는 타운에 위치한 호텔 테마)는 호텔과 스파, 그리고 대중목욕탕 시설을 겸비한 건축물이다. 이 건물은 알프스 산이 보이는 그야말로 대자연의 미를 한껏 누릴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기존의 호텔이 파산 신청을 한 것을 발스 타운이 1983년도에 매입해서 1986년에 피터 줌서 ( Peter Zumthor, Architect) 를 고용해서 10년에 걸쳐 완성한 매스터 건축물이다.


일반 대중에 오픈한 지 2년만에 국가적으로 보호받아야 되는 건축물로 지정될 정도로, 내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였다.
눈덮힌 알프스의 대자연 경관을 우리 한국민이 즐기는 문화 중의 하나인 대중 목욕 또는 스파와 같이 즐긴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피터 줌서는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발서 스톤(Valser Quartzite)을 거의 6만톤 이상을 사용하였고 콘크리트, 물, 자연 조명, 인공 조명, 스팀, 그리고 시각적인 열의 움직임을 실내외의 대중 목욕탕들의 공간적인 변화에 절묘하게 이용함으로써 가히 시각적 경이로움과자연스러운 탄성을 함께 자아내는 완벽하고 심지어 엄숙하기까지 한 공간을 창출하였다.

지하 터널로의 출입구에는 구리 관들을 통해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네랄과 철분 함유량이 많아 아주 호평을 받고 있는 발서(Valser) 물이 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 아주 인상적이다. 락커룸에서 발코니를 거쳐 양쪽으로 목욕탕 접근이 가능하며 터키쉬 목욕을 바로 즐기거나 램프를 통해 메인 층으로 내려 갈 수 있다.메인 층은 각기 다른 온도의 목욕탕들과 샤워실, 사우나실, 그리고 휴게실로 나누어지는데 건축적 관점에서 보는 이 공간들은 일련의 천연 스톤들이 창출하는 큐빅시리즈로 정리 될 수 있다. 이 천연 스톤들 사이에 물이라는 매체가 공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군데 군데 빈 공간들을 끼워 넣어 어디론가 동선을 유도한다. 큰 두 개의 창문이 있는 곳이 나오는데 다름 아닌 알프스 산의 경치를 실내에서 만끽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목욕탕 아래층에는 다양한 종류의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작은 룸들이 가지런히 나열 되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주 다이나믹한 동적인 느낌의 물과 거대하고 육중함을 실감할 수 있는 정적인 느낌의 대명사인 천연 스톤들의 조화에서 나온다.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신선하고 오감의 짜릿한 전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천정 또한 콘크리트 슬라브(Slab)를 사용하되 디테일에서 조각 조각을 분리시켜 보이게 함으로써 육중한 무게감 보다는 그 사이사이로 들어오게 하는 자연광을 통해 신비스러움과 심지어 고대의 종교 행사 장소 같은 성스러운 기분마저 연출 하고 있다. 겨울 철 알프스의 눈덮힌 설경과 함께 즐기는 터키쉬 목욕과 마사지 혹은 스키 매니아들이라면, 꼭 한번 쯤 여행 계획을 세워 보는 게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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