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국

2010-01-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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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취재 1부 차장)

희망찬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해가 호랑이 중에서도 백호의 해라니 좋은 일만 있기를 소망해 본다. 한국일보 신년특집 면에 실린 ‘올해의 운세’를 보니 올해 역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듯 싶다. 운세는 그저 운세일 뿐이라지만 올해 운세가 별로라니 출발부터 기운 빠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운세를 좋은 운세로 바꾸는 것은 결국 나이기에 운세를 이겨내는 한 해가 될 것을 다짐하며 ‘백호 경인년’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 첫날 아침, 무료떡국을 준다는 플러싱의 한 한인 식당을 찾았다. 많은 한인들이 떡국을 먹으며 덕담들을 나누고 있었는데 어느 교회에서 단체로 왔는지 10여명의 한인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기도를 한 후 떡국을 먹고 있었고 어린자녀와 함께 식당을 찾은 젊은 부부도 눈에 띄었다.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젊은 부부는 ‘떡국을 먹어야만 한살을 더 먹는다’는 우리네 풍습을 6살쯤 돼 보이는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이날 아침 이 식당을 찾았던 모든 한인들은 기분 좋은 얼굴로 자리를 떴다.


이 모습을 바라보며 떡국 한 그릇으로 기분 좋은 한 해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준 식당 주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불경기 한파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에 아직 따뜻한 인심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한인들에게 무료떡국을 제공한 한인 식당들은 ‘돈’ 대신 ‘인심’을 택한 것으로 칭찬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이날 떡국을 무료로 대접받은 한인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까? 테이블 위에는 10달러, 20달러짜리 지폐가 많이 놓여 있었다. 따뜻한 인심에 대한 답례라는 듯 음식 값 수준의 팁을 놓고 나가는 한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냥 떡국만 먹는 것이 미안해 요리를 시켜 매상을 올려주려는 한인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공동체라는 것, 커뮤니티라는 것이 ‘오가는 인심’ 바로 이런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날 아침에 먹은 떡국은 그동안 맛 본적 없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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