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호신뢰와 열린마음

2010-01-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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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홍(뉴욕신광교회 목사)

나에게는 이런 습관이 있다. 사람의 말을 잘 믿는 습관이다. 누가 무어라 말하면 그대로 잘 믿는다. 때론 거짓말을 해도 거짓말로 듣지 않는다. 슬픈 일에는 같이 울고, 기쁜 일에는 같이 웃는다. 그래서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그것이 참이든 거짓이든 믿고 사는 것이 내 마음이 편하다. 물론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믿는 것이 더 유익하다. 우선 내 마음이 편안하니까! 나는 지금까지 그런 습관이 나쁘다고 생각지 않고 살아오고 있다.

어느 날인가 생전에 보지도 못했던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눈물을 흘리며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 할 때 나도 같이 울었다. 곧 가정이 파탄날 것 같은 불쌍한 처지였다. 물론 필요한 것은 돈이었고 나에게는 그런 돈이 없었다. 그러나 이리저리 주선해서 꽤 많은 돈을 준비해 주었다. 지금까지 연락 한 번 없는 것을 보아 잘 살고 있겠지 생각하지만 안부쯤은 전하고 싶지 않은지 궁금할 때가 있다. 물론 자식들과 잘 살면 다행이다. 지금도 가끔은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때의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다.


나에게 이런 마음과 습관을 주신 하나님께 나는 정말 감사를 드린다. 성경에는 사건에 따라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믿기 쉽지 않은 말씀도 발견된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을 때 의심이나 어찌 이런 일이라는 토를 달아본 적이 없다. 그것을 의심 없이 믿어버리면 그 사건들이 나에게 기적으로 나타나고 나도 그런 믿음으로 살면 일이 그렇게 되리라 믿으니 모든 일에 자신이 생기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더욱더 깊이 의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좋은 습관을 우리의 삶에서 생활화 해야겠다. 특히 내 자신이 먼저 신뢰를 받
을 수 있게 살고 다른 사람도 믿어주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말해놓고 이것이 참말이야 라고 단서를 단다. 언제나 자신이 참 말을 하고 살았다면 그런 토를 달 필요가 없을 것이다. 누구든지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속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사회나 다 그렇겠지만 한국인의 사회에서 신임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지만 저 사람은 나를 믿어주겠지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속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이웃이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친구를 가졌으면서도 심각한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더욱더 가슴이 아프다. 아무리 콘크리트 집에서 살지만 마음마저 옹벽이 되어 이웃에게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으면 지옥이 바로 그곳이 아니고 어디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서로에게 불신을 하면서 열쇠를 몇 개씩 가지고 잠그고 살아간다. 밖에서부터 집안으로 들어가려면 몇 개의 열쇠로 열어야 한다. 그에 비례해서 마음의 문들도 이웃에게 잠그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참말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사는 습관을 들이자. 요사이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열린 마음이 못되어 상호 불신 속에서 가치관을 물질에만 두다 존속 살인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자식이 아비를 죽여 놓고 외국에 가서 4개월씩 있다가 올 수가 있으며 부모가 자식을 해하는 시대의 연출자가 될 수가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다. 이는 서로가 이해하지 않고 마음이 서로에게 열리지 않아서 이렇게 무서운 시대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지 서로에게 물어보며 자신의 가정에서 이웃에 이르기까지 정답을 찾아 나서보자. 지금 우리는 최대의 과학문명을 누리며 살면서 가장 두꺼운 인간의 벽을 쌓고 살고 있다. 서로
가 믿어주는 습관을 가지고 살자. 상대가 누구든지 그 말을 믿어주는 습관을 들이자. 그래서 나부터 솔선하려 마음의 문을 다 열어놓고 산다. 서로가 신뢰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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