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황제의 몰락

2010-01-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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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수필가)

지난해에는 우리세대에 두 명의 황제를 잃었다. 팝의 황제는 땅에 묻혀 영면하였고 골프의 황제는 지금도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원래 황제라 함은 제왕. 천자(天子)의 존호(尊號)이다. 금세기 전이나 중세 때의 제국의 통치자들 즉 고종황제, 나폴레옹황제,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비운의 생애, 로마의 역대의 황제들을 우리는 역사 속에서 배웠다. 언급한 두 황제에게는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그들은 애초에 미국의 인종 분류방법으로는 흑인이다. 우즈는 자기의 혈통이 여러 가지로 혼혈되어 자기만의 독특한 언어로 신조어를 만들어 부르지만 하도 복잡하여 기억이 남아있지 않다.

타계한 잭슨은 인위적이든 병적이든 피부색이 백인형태로 변형되어 그의 정체성을 잃었다. 그러나 그들의 배우자는 모두가 금발의 백인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천문학적인 부를 짧은 기간 안에 축적하였다. 짐(朕)이 법(法)인 옛날의 황제들은 황음(荒淫)을 하여도 지탄하는 사람이 없었다. 민권이 발달한 문명국의 도덕적 잣대는 어린이 성추행, 카사노바 식의 문란한 행동에 돌팔매질을 한다. 드디어 제국의 황제는 하야(下野)가 추락과 몰락으로 이어진다.인격이 성숙되기 이전에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황금이 쌓이니 그것을 제대로 관리할 인간성이 형성되기 전이라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플레이보이 창간자 금년 84세인 휴 헤프너는 그토록 수많은 젊은 미녀들을 거느리고 살아왔지만 우즈처럼 지탄받은 기사를 본적이 없다. 그만의 노회(老獪)한 처세술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전개될 골프계의 전망도 양분되었다. “우즈가 돌아와야 한다.” “사라져야 한다.” “욕먹어 싸다.” “그가 이루어 놓은 업적은 지울 수 없이 위대하다.” “골프업계의 산업이 위축된다.” “경제적 손실이다.” 모두가 일리가 있는 멘트이다. 하지만 그들 두 황제가 짧은 기간에 이루어 놓은 부와 명성은 서민들의 꿈이었고 대리만족이었다. 보이지 않은 유색인종의 차별 속에서 그들은 대성하였고 미국의 위대한 포용성이 그들을 이끌어 주었다.

흥미거리가 비즈니스를 뒷받침 해주는 매스 미디어는 이런 사건이 없으면 개점 휴업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살기 힘든 요즘에 상상을 뛰어 넘을 세상만사가 새해에도 넘쳐날 것이다. 나라를 팔아먹은 대역죄인이 아닌 이상 우리들을 대리만족 시켜준 스타들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예수 앞에 데려 왔다 이 여인이 간음을 하였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는 돌을 들어 이 여인을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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