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마음이 부자되는 해

2010-01-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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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올해는 60년만에 맞이한 하얀 호랑이해다. 백호(白虎)의 기운을 얻어 활기찬 한 해를 맞이하자고 신년벽두부터 모두가 떠들썩 야단이다. 새해 첫 아침 바닷가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호랑이 해의 붉은 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여 새로 시작하는 한 해를 어느 해 보다도 확실하고 우렁차게 맞기 위해 모두들 흥분했다. 하나같이 호랑이의 기질을 이어받아 2010 경인년 한해는 보다 더 패기있고 활기차게 기상하는 한해가 될 것을 소원하는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평화와 안전, 건강과 번영, 희망과 감사, 풍요와 나눔, 그리고 꼭 성공하는 한해가 될 것을 간절히 염원했다. 이러한 여망들이 모두 이번 해에는 다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경인년 새해는 무엇보다도 혹독한 경기침체 탓으로 대부분의 한인들이 경기가 풀렸으면 하는 기대감과 바람이 주를 이루었다. 본보가 새해를 맞아 뉴욕 거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
을 설문조사한 결과 68%에 달하는 한인들이 경기회복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지금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요즈음은 만나는 사람마다 아무리 어려워도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다고 입을 모으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어두워지고 과거 어느 때 보다 여유가 없고 생각 또한 좁아지는 게 사실이다.


삶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그래도 우리는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건 생각에 따라서 된다고, 편협되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다면 우리의 생활도 점차 윤택함 보다는 메마르고 황폐한 삶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인사회에는 아무리 겉으로 돈이 많고 부유해 보여도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처투성이고 곪아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삶을 우리가 산다면 그것은 살아있는 삶이 아니고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다.새해에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아무리 없더라도 긍정적이고 밝은 사고로 명랑하고 신바람나게 그리고 재미있고 활기차게 산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긍정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에 먹을 것이 없어서 끼니를 굶는 가난을 절대적 빈곤이라 하고 나보다 부유한 사람과 비해서 느끼는 가난을 상대적 빈곤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누가 호화주택에 살건, 달나라에 땅을 사건 관심도 없는 사람은 자신이 아무리 가난해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매사를 남과 비교하며 사는 사람은 언제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도 항상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유목민이던 서양인들은 떠돌아다니면서 살던 습성 때문에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돈 많은 사람을 보고도 상대적 가난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대대로 한 곳에 정착하여 말뚝 박고 살아온 우리는 항상 주변을 의식하고 비교하고 그것 때문에 늘 다투면서 공존하는 삶을 살아왔다.

옛날에는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 그래도 부자나 벼슬아치들이 스스로 자제하고 사회적 통념으로 부를 규제하는 처세가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데 산업화가 된 이후 현대사회는 그러한 최소한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무너져 버렸다. 위, 아래는 커녕,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도우면서 함께 더불어 살겠다는 생각이 없는 그런 부도덕한 사회가 돼버렸다. 이런 식으로 대궐같은 집에서 배불리 잘 먹고 살면 무얼 하는가? 스스로 만족함이 없이 허덕이는 삶은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늘 가난하고 피폐한 삶이다.

새해벽두에는 모두들 저마다 여러 가지 결심과 각오들을 한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라고 대부분 얼마못가 언제 그런 계획을 세웠나 물거품이 되고 만다.
공연히 거대한 계획으로 출발했다 금방 실망하기 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부자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마음이 부자이면 안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이번 한 해는 누구보다 마음이 넉넉하여 어디서건 기죽는 한해가 되지말고 오히려 더 호랑이와 같이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juyoung@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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