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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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제 파티는 끝났다!

2010-01-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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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취재 1부 부장대우)

2010년 경인년 첫날이던 1일 뉴욕시는 시장, 공익옹호관, 감사원장의 공식 취임식을 시작으로 새해 첫 발을 내디뎠다. 취임식을 지켜본 시민들의 눈에도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존 리우 감사원장이었다. 반면, 이날 세 번째로 취임한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과거보다 한층 위축된 분위기가 만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리우 감사원장은 아시안 최초로 뉴욕시 시티와이드 선출직 공무원으로 당선된 역사적인 인물이란 점에서 주목받을만했다.

바로 다음날 뉴욕의 각 일간지마다 3명 중 리우 감사원장의 사진을 가장 크게 싣기에 바빴고, 훨씬 큰 지면을 할애한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공익옹호관이 뉴욕시장 다음으로 제2인자 자리임에도 어떤 일간지는 그의 취임 사진만 아예 취급도 하지 않았다. 취임식에서 감사원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언론들도 한 마디씩 거들기 분주했다.


그렇다면 블룸버그 시장은 어떤가? 과거 2차례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뉴욕주지사는 물론, 뉴욕주 연방상하원의원 등 굵직한 자리를 꿰찬 정치인들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취임식 직전까지 정계 주요인물들이 나타나길 기다렸던 언론들은 모두들 서로의 속마음이 무엇일지를 궁금해 하며 재미나했다. 14분간 이어진 취임 연설도 과거 두 차례 취임식 때보다 훨씬 짧았지만 ‘수면제’였다는 평가만 받았다.

취임식 후 이어진 축하파티도 공익옹호관은 커피 리셉션으로, 시장은 보로 순회 자원봉사활동으로 대체한 반면, 리우 감사원장만 성대한 축하행사를 열어 축제분위기를 맘껏 누리며 이날의 주인공임을 재확인시켜줬다. 이제 파티는 끝났다. 지금부터는 현실과의 싸움이다. 뉴욕시가 당면한 각종 현안을 해결하고 뉴욕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 추구에 누구보다 힘써야 할 인물들이 바로 이들이다. 비록 블룸버그 시장이 가문에 내려오는 101년 된 성경책 위에 손을 올려놓지 않고 취임식을 하는 바람에 뉴욕시의 앞날이 살짝(?) 불안해진다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일단 우리는 그를 믿어보려 한다.

법까지 바꿔가면서 무리하게 3선 시장에 올랐지만 분명 그를 다시 시장으로 뽑은 이는 바로 시민들이다. 향후 시장의 시정활동에 감사원장과 공익옹호관이 가시방석이 될 것임을 엿보게 하는 징조들이 취임연설 곳곳에서 드러나긴 했지만 일단 뉴욕시의 미래를 블룸버그 시장의 손에 다시 맡긴 이상 이제부터는 그를 믿고 따라가 보기로 하자. 그간의 우여곡절을 모두 뒤로 하고 모쪼록 마지막에는 뉴요커들과 함께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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