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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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테러 공포

2010-01-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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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테러 공포
박민자(의사)

공항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또 도착하는 곳이다. 떠나 있던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 뜨거운 포옹을 하고 또 누군가를 보내는 가슴이 시려오는 이별의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감상은 사라진 공간이다. 이제 테러범들은 여객기 자체를 거대한 테러 도구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지난해 성탄절, 디트로이트로 향하던 노스웨스트 항공기 기내에서 등골이 오싹한 테러 미수 사건이 일어났다. 슈링거라는 네덜란드 영화 감독이 몸에 폭발물을 숨기고 여객기를 잿더미로 날려버리려던 폭탄 테러범을 제압해 탑승객 300명의 목숨을 건져냈다.그는 범인의 좌석까지 4명의 승객들 위를 다이빙하듯이 넘어가 23살의 나이지리아 출신 테러범의 다리에서 붙어있던 불꽃이 타오르는 작은 샴푸병 같은 폭발물을 맨손으로 떼어냈다. 생생한 극적인 드라마였다.


사건직후 공항 보안검색이 대폭 강화되었다. 공항 보안당국의 테러범 색출에 허점을 드러낸 이번 사건으로. 사생활과 인권침해라는 논란이 되었던 승객 신체의 은밀한 곳까지 투시할 수 있는 전신 스캐너가 설치된다. 건강검진의 최첨단기계인 CT가 나오기 전에는 사람의 뱃속을 알 길이 없었다. 외과 의사가 배를 가르고 눈으로 들여다 보아야 진단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은 CT촬영으로 시험적 개복수술을 하지 않아도 복강내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CT촬영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도 조금은 감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테러를 방지하려면 최첨단 기계로 폭발물을 검색하기 위해 알몸의 은밀한 곳까지 노출시키는 수치감을 감수해야 한다.

공항의 이런 지나친 검색에 분통을 터뜨리는 미국인들도 많이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러범 방지라면 어떤 불편이나 비싼 대가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해 첫날부터 국제사회는 피로 물들었다.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배구 경기를 관람하던 운동장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테러로 1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세계의 여러 이슬람 국가들에 분포돼 있는 알카에다 조직은 지구촌에 거미줄처럼 글로벌 지하드 프랜차이즈 라는 네트워크를 가진 조
직이다. 그들은 더러운 도심 가운데서도 먼지와 오물을 뒤집어 쓰고도 갈라진 시멘트 바닥을 뚫고도 자라는 강인하고 끈질긴 잡초의 생리를 지진 민들레와 같다. 초록융단 같은 잔디를 열심히 가꾸는 미국인들에게 민들레 라는 잡초는 애물단지다.

잔디 깎는 기계로 밀어서 목을 잘라내도 며칠 후면 곧 노랗게 사방으로 퍼져 꽃이 피어난다. 테러리스트 소탕작전을 벌리고 있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그들의 활동 무대의 거점은 여러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민들레 잡초처럼 확산되고 있으니 뿌리를 뽑기 힘들다.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은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적과의 싸움이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시기 동안 아프간의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숨졌다. 그리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를 잃었다. 고아가 된 소년들은 파키스탄의 난민촌의 종교 학교에 보내졌고 미래의 탈레반을 키우는 양성소가 되었었다.삶과 죽음의 극한상황 속에서 잔뼈가 굵은 아이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지하디스트 성전전사로 성장했고 결국은 국제 테러리스트로 변신했다. 이렇게 전쟁은 재앙의 씨를 잉태하게 된 것이다.

이번 겨울은 2001년 9.11 테러의 악몽을 되살리는 분위기로 얼어붙었다. 미국시민들은 언제쯤이면 공항테러의 공포와 피해의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겨울 나무들은 칼 바람과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찬란한 봄을 준비한다. 언젠가는 미국시민들도 하늘을 나는 새처럼 가볍게 비행기에 오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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