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대박상품’들

2009-12-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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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취재 1부 기자)

요즘 ‘대박예상 상품’을 판다는 다단계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한국에 출시되기만 하면 젊은 여성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될 천연 다이어트 제품부터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게 될 전자기기 까지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최근 들어 부쩍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다단계 모임’에 참여하거나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한번만 같이 가달라고 졸라서 같이 갔다가 매 모임마다 ‘징징대는’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 받
는다는 사람부터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한 제품을’ 사라며 찾아오는 통에 짜증이 난다는 사람까지 그 이야기도 다양하다. 이런 이야기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바로 ‘아는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해서 다단계 모임에 갔다가 혼쭐이 났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만난 지인도 친구가 같이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플러싱의 모 호텔에서 열린 ‘사업 설명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이 상품으로 ‘대박’을 터뜨렸다는 전직 콜택시 운전사부터 장사를 하다 망했지만 제품 판매 수익금으로 회생하는데 성공했다는 사업가까지 그야말로 ‘혹’하는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자 잠시 흔들렸다고 한다.그는 “사업이 잘되고 있는 나같은 사람도 ‘대박’ 이야기에 흔들리는데 어려운 사람들은 얼마나 더 ‘혹’ 하겠느냐”며 “물론 참석한 자리가 사기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단계의 특성상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확천금의 꿈’ 만큼 달콤한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꿈도 바로 대박을 이루는 꿈일 것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벌이가 어려워지다 보니 이런 비현실적인 ‘사업 아이디어’에도 흔들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없는 돈 있는 돈 다 모아 곧 대박날 것이라는 ‘다단계 상품’을 사고 나서야 수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경기가 어려울 때야 말로 정신을 바짝 차려 불필요한 경제적 지출을 막고 난관에 부딪히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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