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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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선물

2009-12-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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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윤(뉴저지 상록회 사무총장)

며칠 전 한 싱글 맘이 갓난아이를 데리고 비상식량을 지원받기 위해 찾아 왔다. 그녀는 피치못할 사정으로 남편을 멀리 떠나보내고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하는 도중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눈물 속에서 그녀가 현재 겪고 있는 절박감을 느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생활고로 인한 위기감과 절박감…

그녀와 대화하면서 10여년 전 겪었던 절박감이 떠올랐다. 미국에 와서 섬기던 작은 교회에서 나에게 렌트만을 지급해 주었고 내 아내는 생과 사의 기로에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과외로 받은 600달러로 생활해야 했을 때 그 병원에서 잉글우드에 있는 Center for Food Action(CFA)를 소개해 주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비상식량을 탈 수 있었다. 처음 비상식량 지원받을 때 얼마나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던지… 다행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몇 번 그 곳에서 식량을 지원받았다. 식량을 지원받은 후 빚진 자의 심정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비상식량을 공급해야 겠다는 마음의 소원이 생겼다. 7년간 마음에 품고 기도하면서 새롭게 개척한 교회에서 그 일을 하려 했지만 여력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뉴저지 상록회 배기현 회장님과 박상서 장로님의 배려와 헌신으로 뉴저지 상록회에서 비상식량 지원센터를 설립하게 되었고 벌써 4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일일이 집집마다 찾아 다니면서 어려운 가정에 비상식량을 날라다 주었다. CFA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날 CFA의 책임자인 Ms. Espy는 내가 전에 비상식량 받은 경험으로 인해 이제는 한인사회에 비상식량 지원센터가 생기게 되었다고 감사해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헨리 나우엔이 쓴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가 떠올랐다. 과거에 경험했던 나의 상처와 아픔이 지금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치유의 원천이 된 것이다. 내가 받았던 상처가 있었기에 그와 같은 상처를 입고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사랑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상처가 상처로 끝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치유의 원천으로 승화된 것이다.

지금까지 비상식량 지원센터는 약 3,000여 명에게 비상식량을 지원해 왔고 대부분 생활이 어려운 싱글 맘, 환자, 장애자, 서류 미비자, 극빈자, 노인들이이며 이번 성탄절까지 최용준 장로님의 주도로 제 10차 비상식량 수집을 하고 있다. 성경 마태복음 25장에 보면 양과 염소의 비유가 나온다. 예수님이 그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오실 때에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양과 염소를 분별하여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둘 것입니다.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하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라고 말씀하신다. 그 때 의인들이 “주여 우리가 어느 때에 주의 주리신 것을 보고 공궤하였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시게 하였나이까…”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주리고 있는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라고 성경은 말한다. 주리고 있는 자에게 베푼 식품이 곧 주님께 한 것이다.

성탄절이 다가 온다. 2,000년 전 마굿간에 초라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은 오늘 아기를 안은 절박한 싱글 맘의 모습으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는 장애자의 모습으로, 갈곳 없는 홈레스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서 계신다. 그들이 곧 우리가 섬겨야할 예수님이고 그들을 섬기는 것이 곧 예수님을 섬기는 것이다.제 10차 비상식량수집이 곧 막을 내린다.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기회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이요, 축복의 전주곡이다. 2009년 아기 예수 탄생하신 성탄절에 주님께서 기뻐하실 선물을 조용히 준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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