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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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과 나눔

2009-12-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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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율(교육학 박사)

미국은 1930년대 초기의 경제 공황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당하고 있다. 암담한 현실을 보도하는 기사는 비록 자신과 무관하더라도 우리의 관심을 끌게 한다. 실업률이 10%에 1,500만이나 되고 금년 들어서만 240만 가정이 집을 차압당하고 앞으로 4년 동안에 800만 가정이 더 집을 잃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표정이 없는 통계숫자 뒤에는 뭣 모르는 어린 자녀를 데리고 거리로 나가는 비극이 숨어있는 것이다. 가정을 파괴하고 죄 없는 어린이들과 사회에 막 진출하려는 젊은이들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이 현실을 일시적 경제위기라고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커다란 사회문제인 것이다.

이러한 경제파탄을 초래한 책임은 주로 금융기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부동산의 상승 경기를 이용하여 소비자를 부추겨 상환능력이 없는 대출을 무조건 해준 것이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금융계나 월가의 대기업에서는 간부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였고 2009년 초에는 상위 25명에게 총합계 116억 달러라는 상상도 못할 금액을 지불했다고 한다. 최근에 상영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민주주위와 애정이야기’에서 그는 서민을 무시한 대기업의 횡포가 얼마나 무자비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솝 우화에서 개구리가 무리하게 배를 불리려다가 결국에는 터져 죽고 만 것처럼 기업역시 이익에만 집중한 나머지 거품이 터져 스스로 넘어지고 만 것이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결과는 우리 모두가 초래한 것이다. 인간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물질에 대한 욕심(greed)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이다. 이 단어에 반대되는 말이 나누어 가지는 것(Sharing)이다. 이 말은 특히 미국 유치원에서 교사가 강조하는 단어이다. 교실에서 물건을 서로 나누어 가지는 행의를 강조하여 어릴 적부터 성격조성에 이바지 하자는 것이다. 기독교학자 플검(Fulghum)교수는 ‘인간이 알아야 할 근본윤리는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고 하는 아주 단순하고 읽기 쉬운 책을 펴냈다. 유치원에서 강조하는 열 몇가지 행위 중 그는 나눔(Sharing)을 제일 우선으로 나열하였다. 이 책이 출판 후 1600만 부가 팔린 사실을 보면 이 단순한 진리가 얼마나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었는가를 알 수 있다.

‘제임스 힐튼’은 그가 쓴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욕심을 없애면 이상촌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불교의 해탈사상에 근거를 두고 욕심을 떠나 중용(moderation)의 철학으로 이상향을 그리고 있다. 히말라야의 깊은 산골에 사철 푸른 들과 꽃이 피는 무룡도원을 연상케 하는 유토피아, ‘생그리라’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언제나 평온하고 사람들은 고통도 없
이 장수하며 살아간다. 어린이는 어릴 적부터 예의를 배우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른 아이가 갖도록 하는 나눔의 삶을 배워 분쟁의 근원이 되는 욕심에서 벗어나게 한다. 이같은 이상촌을 인간은 오래전부터 그려 왔지만 그것은 복잡한 현실사회를 탈피하려는 상상일 뿐이었다.

현재 토의중인 의료보험 개정안도 나눔의 정신이 없어 난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이상사회의 기본적인 요건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보험회사들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반대하고 그리고 많은 국민들은 3,000만이라는 무보험자가 대거 가입하여 자기들과 혜택을 나누게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것이다. 투표를 앞둔 상원에서는 정당별로 나누어져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욕심과 나눔 사이에 중용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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