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2월에는

2009-12-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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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자(시인/수필가)

들뜨는 12월, 그러나 아쉬운 12월. 한 해의 마지막 한 달이다. 여니 달과 달리 만감이 교차하고 숱한 얼굴들이 떠오르는 미래보다는 과거를 생각하는 시간들이다. 2009년은 희망보다는 절망이, 낙관보다는 비관이, 긍정보다는 부정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절망은 희망의 가장 낮은 곳”이라는 말이 있다. 더 내려갈 곳이 없다는 것도 큰 위안이 된다. 한 해의 마무리를 하라고 12월은 그렇게 과거지향적 정서들이 강해지나 보다. 12월에는 저물어가는 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이 있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엔 아쉬움의 그늘이 패인다.

사랑을 잃은 사람, 혈육을 잃은 사람, 친구와 건강을 잃은 사람, 꿈과 희망을 잃은 사람, 정서의 우물이 메마른 사람, 또 다른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 또 이 모든 것을 다 잃은 사람 등등.내가 잃은 것은 무엇이 있나? 모든 것을 얻고 하나를 잃었던 사람도 지금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자. 잃어버린 것들을 그리워 하자. 지금은 12월이고, 12월은 모름지기 그래야 하니까.12월은 대설(大雪)과 동지(冬至)의 절기가 들어 있는 달이다. 푸근하게 함박눈이 내리기를 기원한다. 매해 보는 눈이지만 볼 때마다 마음을 감싸주는 그 따뜻함은 올해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동지는 참으로 밤이 길고 길 것이다. 춥기도 할 것이다. 겨울은 그런 것이다. 겨울은 그렇게 희망을 품기 위해 가장 어둡고, 가장 춥고,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인지도 모른다.대설도 동지도 다 지나고 성탄절이 돌아오고 그렇게 12월은 갈 것이다. 또다시 행복한 꿈을 꾸기 위해 12월은 그렇게 흐를 것이다. 아듀 2009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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