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끝이 안 보이는 추락

2009-12-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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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자유기고가)

미 육군 중령, 미 육군의 최정예부대인 특전단 출신으로 2년 간 월남전에 참전하여 혁혁한 공로를 세운 화려한 경력의 ‘얼 우즈’는 동성 훈장 등 세개의 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마지막 임지인 뉴욕시립대학에서의 ROTC 교관으로 예편한 얼 우즈가 바로 골프의 거성 타이거 우즈의 부친이다.

생전에 골프 황제로 인정을 받고 있는 우즈에게 “골프와 인생 모두 승자가 되어달라”며 열정을 쏟았던 훌륭한 아버지와 엄격한 모친의 가정교육도 외도에 휘말려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들 우즈를 막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작금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타이거 우즈의 불륜 뉴스로 온통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골프를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타이거 하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약관 33세의 나이에 79번이나 우승을 거머쥐면서 스포츠 사상 전무후무한 개런티의 주당 2백만달러의 광고수입을 올릴 뿐 아니라 골프계의 신화적인 인물로 선망의 눈초리를 한 몸에 받은 젊은이다.


백인 우월주의의 운동중 마지막 보루인 골프에서 세계를 제패한 인물이 타이거 우즈이다. 그는 골프채를 잡고 기라성 같은 골프 선수들을 제압하였고 세계를 정복한 것이다. 30세에 12번의 메이저 대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역사상 가장 탁월한 골퍼로서 군림하게 되었다. 타이거의 영향력은 미국 증시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우즈의 경기가 있던 주말 다음 월요일이면 다우존스 지수가 상승했을 정도이니 말이다.“우즈가 살아야 양용은, 최경주도 산다.” “PGA의 바닥을 기는 하위 랭커 선수들이 그나마 돈을 벌어먹고 사는 것도 우즈 덕분이다.”라는 스포츠 기자들의 말은 그냥 지나치는 말이 아니다. 골프의 세계화와 끊임없는 열기도 타이거의 몫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2016년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우즈의 지지 발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스포츠 비즈니스 해설가 ‘릭 호로우더’도 “우즈의 결장으로 PGA 투어에서만 1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며 우즈가 무릎 재활치료를 받던 작년 하반기와 2009년 초까지의 TV 시청률이 50% 가량 떨어진 것을 예로 들었다. ‘골프계의 전설’로 존경을 한 몸에 받고있는 ‘잭 니클러스’도 스켄들은 곧 잠잠해져 팬들은 우즈를 용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정 우즈
가 없는 PGA는 골프계가 몰락의 길로 들어서는 시점이자 LPGA짝이 될 것이 뻔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이다.우즈의 부인 엘린 노르데그린이 우즈가 청하는 애절한 사죄에 대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으니 정신과 의사에게나 가서 얘기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다. 너무나 어린 나이에 엄청난 재력과 명성을 쌓으며 세인으로부터 각광을 받은 게 재능있는 한 젊은이를 유혹의 늪으로 빠뜨렸을 런지도 모른다. 중독증이 여러 가지이지만, 단 한 번쯤은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는 우즈에게 기회와 용서를 해줄 수는 없는 건지? 정말 그가 범한 죄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일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건 나 혼자 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우리 일상에서 흔히 보는 중독증 가운데는 도박과 알콜 중독을 비롯하여 골치거리인 마약 중독자가 있고 또 성도착증 환자들이 있는데 이런 증세는 치료가 가능하지 않은가. 거룩한 성탄절과 새해를 앞두고 새삼 ‘일곱 번에 일흔 번 씩이라도 용서를…’ 이라는 성경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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