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세상의 빛

2009-12-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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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언제 크리스마스트리 만들어요?” “글쎄, 언제 만들지?” 아이들이 트리를 만들자고 성화다. 우리 집 골목입구 첫째 집이 제일 먼저 트리를 장식한 후로 아이들은 매일 확인을 한다. “언제 트리 만들 거예요?” 아이들이 트리를 만들고 싶어하니 나무만 세워놓고 아이들에게 장식을 맡겨두고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이런 세상에. 나무가 쓰러지려한다. “얘들아, 트리 다 만든 거니?”“예쁘죠? 우리가 완벽하게 완성했어요. 보세요”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 그리고 보이는 앞부분에만 집중적으로 장식과 전구가 걸려 있다. “좀 이상하지 않니?” “왜요? 예쁘게 했는데” “트리가 쓰러지려고 하잖아. 중심을 못 잡고 있는데?” “뒷부분과 위에는 장식이 하나도 없잖아” 불을 켜니 한쪽은 장식으로 꽉 차 있으면서 너무 밝고, 한쪽은 어둡고 휑하기까지 하다.

아이들과 다시 장식을 골고루 달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얘들아, 이것 봐. 이렇게 장식을 골고루 다니까 예쁘지? 그리고 전구도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꼼꼼히 두르니까 더 환하고 예쁘잖아. 게다가 이젠 트리가 중심도 잘 잡고 있다. 그치?” “와~ 훨씬 멋있어졌어요” “원래 빛은 어두운 곳을 비춰주기 위해서 있는 거야. 근데 아까는 트리 뒤쪽엔 빛이 하나도 없었잖아. 그리고 장식도 여기저기 골고루 해줘야 나무가 더 풍성해 보이고 아름다운 거야”


아이들과 트리를 만들면서 한가지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손이 닿는 곳, 우리 눈에 보이는 곳이 전부가 아니란다. 보이지 않고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도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해. 우리 모두가 세상의 빛이 돼서 어두운 곳을 밝혀 주는 거야. 트리에 전구를 켜듯이 우리의 마음에 전구를 켜서 어두운 곳을 비춰주는 거야.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도 골고루 나눠줘야 세상이 더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거야. 트리에 장식을 골고루 하듯. 알았니?”

아이들이 이해를 했는지 모르겠다. 어른인 나조차도 소외된 곳, 어려운 곳, 힘든 곳, 아픈 곳에 손길을 눈길을 그리고 마음을 다 주지 못하는데 아이들이 그것을 어찌 이해 할까. 하지만 오늘, 우리 아이들이 이 말 만큼은 기억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세상의 빛으로 어디든 밝혀주는 사람이란 것을.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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