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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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2009-12-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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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프린스턴 참빛교회 목사)

성탄절 전 4주 동안은 대강절 기간으로 아기 예수의 오심을 맞이하도록 마음의 채비를 갖추는 때이다. 교회에서는 예배 때마다 첫 주부터 촛불을 한 개씩 밝힘과 함께 우리 마음의 빛도 점점 환해져 가는 때이다. 2천 여년 전, 아기 예수는 이 땅에 참 빛으로 오셔서 인생 구원의 길을 밝혀 놓으셨다. 하지만
과거의 존재로만 살아있는 분이 아니다. 365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우리에게 빛으로 찾아와 주시는 정금같은 새 빛이 되시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여명이 밝아오듯, 새 날의 시작마다 새 빛을 맞기 위하여서는 우리는 또 날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기다림의 밤을 보내야 한다. 때로는 연민에 차서 우리에게 던지는 밤의 제 그림자 속에서 우리가 왜소해지고, 많은 날 어렵고 초라할지라도 우리는 결코 우리의 참된 밤을 거스르면 안되리라.
밤은 차갑고도 길고 외로운 시간이지만 적어도 거짓되길 거부하여 가난한 우리 마음에 무한한 별들의 예감을 바라보도록 또 하나의 하늘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 오랜 세월 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메시야를 고대하던 탐구자들의 열심이 어느 날 밤, 그들로 하여금 동방의 별의 인도를 따라 아기예수의 탄생을 경배하게 하였다. 우리가 삶 속에서 진실되고 정직히 근실하게 치열한 노력을 추구하는 한 우리의 밤은 결코 우리를 홀대하지 않을 것이다.


저 들밖에서 새벽을 지키며 밤새워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처음으로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전하는 천사들이 다가와 그들을 환히 비춰주었다. 세상이 크게 알아주지 않는 작은 모습의 삶이더라도 일상의 맡은 일에 착실히 겸비한 마음으로 책임을 다하는 동안은 우리의 밤은 영원한 생명의 경이로움으로 우리의 눈을 밝혀줄 것이다. 기다림은 처음부터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것도 아니며 강요된 것도 아니다. 기다림은 선물이다. 정한 때에 깨달아지는... 다만 조용히 숨을 고르며 생명을 향하여 미소하면서
겸손하게 비우며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다. 기다림의 미학은 밤의 미학이다. 이 추운 계절 육체의 눈으로도 알 수 있는 아기 예수의 곤궁함을 애틋이 바라보며 그가 누운 구유위에 우리의 곤궁한 밤을 두손 모아 올려드리자.

금요일 3시마다 안식일 등잔을 켜고 축제용 옷을 입었다는 그 옛날 유대인들처럼, 어둠이 몰려올 때마다 우리들도 희망과 사랑과 기쁨과 평안의 등잔을 켜고 설레임과 기대속에 영영한 빛의 노래를 불러보자. 그리하여 마침내, 한밤을 지새워 평화의 왕의 탄생을 말없이 지켜본 새벽별의 노래가 우리의 소외되고 외로운 아픈 이웃들에게도 밤낮으로 넉넉히 포근히 들리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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