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기자는 경찰이 아니다!

2009-12-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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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취재 1부 기자)

“거기 신문사죠? 사기를 당했는데... 유사범죄 방지를 위해 모든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꼭 보도해 주십시오.”신문사 기자로 근무하며 일주일에도 적어도 3~4통의 이 같은 전화를 받는다. 물론 취재기자로서 독자들의 이 같은 제보는 언제나 감사할 일이며 그들의 말과 같이 유사범죄 방지를 위해서도 사건을 독자들에게 알리는 것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적극적인 제보자 가운데 상당수가 경찰에 신고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대부분의 신고 기피자들은 피해액수가 크지 않은 것은 물론 경찰에 증인으로 출두하는 문제부터 가해자들로부터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언론사 보도를 접한 범죄자들이 겁을 먹어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차선책으로 언론사에 연락을 하는 것이다. 물론 간혹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범인들이 자발적으로 손을 씻거나 타 지역으로 도망가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범죄자들은 사태추이를 지켜본 뒤 동일범죄를 다시 지르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더구나 경찰에 신고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들의 범법 활동을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더욱 대담하게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지난해 가을부터 뉴욕 한인사회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기사건의 중심에는 한 한인 남성이 있다. 이 남성은 종교기관과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한 차량·피아노 기부를 사칭한 신종 사기는 물론 술값 또는 음식 값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하는 단순 절도행위부터 차량절도까지 10여건 이상의 범죄와 연간이 되어 있다.
이미 이 남성의 모습이 찍힌 감시카메라 화면이 수차례 본보를 통해 보도가 됐고 8일에는 경찰이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한인들의 범죄 피해 신고 기피로 체포를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결국 이 남성은 9일에도 버젓이 한 한인 부동산업자를 만나 3,400만 달러에 달하는 상용부동산을 구입한다며 접근한 뒤 접대만 받고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물론 피해를 당한 한인 남성은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

괜히 불편한 일에 연루되길 싫어하는 한인들의 성향을 탓하자는 것이 아니다.
동일범죄 방지를 원하는 그들의 선한 의도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신고를 기피하는 한인들로 인해 지금도 한인사회 어디에선가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범죄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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