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폭력없는 평화로운 사회

2009-12-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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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일 (뉴욕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폭력없는 평화로운 사회, 이것이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이상형이다. 그러나 폭력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사사로운 대인관계에서의 폭력에서부터 가정폭력, 학교폭력 나아가서는 강간, 강도, 살인과 같은 폭력범죄 그리고 더 나아가서 집단폭력, 조직폭력, 사회폭력, 정치폭력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실정이다.

각종 잔인한 폭력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교육의 이름으로, 정의의 이름으로, 그 나름의 구실을 내세우면서 그것이 마치 정당한 것인 양 자행되고 있다.
하나의 폭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또 하나의 큰 폭력이 정당화되기도 한다. 폭력을 출세나 이득의 도구로 즐겨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 그런 방식이 먹혀드는 경우가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실정 중 하나이다. 폭력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문제가 된다. 폭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세상질서를 위해서는 폭력이 불가피하다는 관용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설사 폭력을 거부하는 경우라도 그 폭력에 대항해서 “아니오” 라고 소리를 외칠 용기를 가진 사람은 드물다. 엄청난 폭력을 당하고서도 두려워서 혹은 수치심에서 입을 다물고 있고 때로는 폭력의 노예가 되어서 폭력을 당하고 사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폭력 구사자를 오히려 우러러 보기까지도 한다.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고사하고 폭력이란 단어를 쓰는 것마저도 꺼리는 사람이 많다.


폭력을 말하면 폭력구사자로부터 보복을 받을까봐 겁부터 먹는 것이다.
그러나 폭력을 이 땅에서 추방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알아야 한다. 폭력을 연구하고 그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리고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폭력의 정체를 아는 것이 대책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알뿐 아니라 말을 해야 한다. 폭력에 관해 말을 하고 폭력을 당했을 때 소리쳐야 한다. 소리라도 지르지 못하면 폭력을 두둔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폭력을 추방하고자 하는 노력이 별로 눈에 띠고 있지 않은 것도 폭력을 조장하는 결과가 된다. 동화, 만화, 소설, 영화, 텔레비젼 화면에서도 폭력물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폭력자를 오히려 영웅의 모습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폭력을 쓰는 것이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하고 여성은 폭력에 약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폭력을 보고 배우는, 그리고 한편으로는 폭력에 순응하는 것을 조장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폭력이 학습되어지고 세대간에 계속 전수해 내려오고 있다.

가정폭력도 그것이 가정 안의 현상이기는 하지만 원인과 영향과 대책을 논함에 있어 가정 안의 문제로만 국한시켜서는 많은 한계점에 직면한다. 가정폭력은 사회폭력의 한 맥락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 안에서 대책을 모색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사회전체가 가정 안에서 폭력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하고 폭력은 여하한 것이라도 일체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어질 때 비로소 가정폭력의 문제도 호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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