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무너진 성도덕

2009-12-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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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내가 아는 한인학생은 해마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100명 이상을 보내는 학교에 재학하고 있었다. 이 학생은 이중에서도 아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그 학생이 퇴학을 당했다고 한다. 알고보니 그 부모중의 한 분이 바람이 나는 바람에 그 가정이 해체되고 말았고 그 와중에 그 학생도 비뚤어지더니 결국 그리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되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변에까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올해는 유난히도 사회가 어지러웠다. 사건이나 사고발생도 문제지만 갈수록 추락되는 성인들의 비윤리적인 도덕성 때문이다. 보통사람에서부터 유명인사들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막가는 성도덕의 타락은 이제는 보편적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그 도를 넘어섰다. 미국의 주지사, 상 하원의원들, 뉴욕주 검찰총장, 대통령 후보자들의 부적절한 여성과의 관계가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이들이 줄줄이 옷을 벗었다. 유명한 TV 쇼의 진행자 레터맨과 저명한 뉴스 진행자 바바라 월터스도 젊은 시절의 간통을 털어 놓았다. 그러더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잇따른 성추문 폭로시리즈가 터지면서 세인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그가 금발의 미녀 10여명을 대상으로 벌였다는 불륜행각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인 것으로 드러나 더욱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국회의원들과 모 장관의 부적절한 사건이 드러나면서 망신을 당하더니 또 인기 보컬그룹의 리더급 남성가수가 10대 소녀를 성매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 남성에게서 돈을 받고 성행위를 한 10대 소녀가 조사에 의하면 자그만치 200명이나 되는 남성들을 상대로 성 행위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것이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인들의 성 추행은 한국에서 얼마 전 8세 여아를 성폭행해서 평생불구로 만든 조두순 사건이 있었는가 하면, 미국에서도 초등학생 여아를 길에서 납치해다 집에서 데리고 살면서 두 아이까지 낳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드러나 사람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끝없이 추락하는 이런 인간들의 비도덕적, 비윤리적 행태는 대체 무엇이 원인인가? 아마도 그 이유는 둘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인간의 올바른 가치관의 상실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성을 상품화하는데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오늘 이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유교의 엄격한 분위기와 기독교의 율법이 세상 사람들에게 별로 먹혀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남성들의 통제되지 않는 끝없는 욕망 때문이리라. 유명한 톨스토이는 그의 삶에서 젊은 시절 많은 창녀들과 놀아난 것으로 고백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간디도 그의 계속되는 육체적인 충동과 욕망에 대해 그의 자서전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적어 놓았다. 실제로 그의 젊은 시절의 생활도 매우 문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금식을 많이 한 것도 실은
그의 욕망을 통제하려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이 있다. 시대풍조가 아무리 그렇고 남성들의 욕망이 끝없다 하여도 우리에게는 해서는 안 될 그 무엇이 있는 것이며 넘어서는 안 되는 분명한 선이 있다.

어른들의 그릇된 생각과 말과 행동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성 도덕이 무너지면 가정이 무너지고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넘어진다, 사회가 넘어지면 국가라는 뿌리가 붕괴된다. 1,000년 로마 붕괴의 밑바닥에는 성 윤리의 붕괴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대인의 삶은 극단적인 물질주의와 과학기술의 발달로 만연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갈수록 정신이 황폐화되고 있다. 우리가 이런 환경에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시시각각 다가오는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강한 정신적 무장이 필요하다. 뿌리가 약하면 기둥이 아무리 두터워도 천둥, 번개가 치면 무너지게 되어 있다. 유혹에 넘어가는 것은 환경도 문제지만 나의 약한 정신세계가 더 큰 문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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