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의 화폐개혁과 근본적인 처방

2009-12-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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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북한 당국이 17년만에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의 여파로 혼란에 빠져들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 내부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100대 1로 단행된 화폐 개혁에 따르면 구권은 12월 6일까지 교환되며 이후부터는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북한 당국은 가구당 구권 화폐 10만원 권은 1천원의 신권으로 교환해주고 초과하는 금액은 은행에 ‘저축’토록 조치했다.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상행위가 활성화되면서 북한 화폐로 개인적 부를 축적해온 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큰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기막힌 상황에 직면했다.

주민들의 격앙된 반응이 나오자 전국적인 화폐교환이 시작된 이틀째인 12월 3일부터 북한 당국은 교환 한정금액을 다시 확대하는 등 제한된 무마책을 쓰고 있으나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해 보인다. 현재 언론보도와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보면 지난 1일 북한의 화폐개혁 조치 이후 곳곳에서 폭력 사고가 잇따르는 등 주민들의 반발과 동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북한 당국은 주민감시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군도 전투준비 태세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린다. 기존 화폐사용이 전면 금지된 12월 6일 이후에도 크고 작은 소요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 화폐개혁 조치의 목적으로 ‘인민생활 안정과 향상을 위하여’, 그리고 ‘경제관리 체계와 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라고 홍보하고 있다. 국가주도로 계획경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번 조치는 북한 통화금융 정책 및 제도 전반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총체적 불신을 가중시켜 경제체제의 취약성과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도 화폐개혁에 따른 혼란이 조기에 수습되지 못할 경우 다수의 일반 주민들에게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아침에 자신의 금융자산이 폭락한 데다, 생필품 사재기 등으로 물가가 폭등하면서 생계마저 위협받게 된 것이다.

북한 당국의 이번 화폐개혁 조치는 근본적으로 만성적인 물자공급능력 부족, 재정적자에다가 이번 화폐개혁조치로 주민과 시장의 정권에 대한 불신이 보태지면서 더 큰 정치,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궁극적으로 북한 당국이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식량과 공공서비스를 정상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는 화폐개혁을 통해 확보한 국내 저축을 생산적 투자로 연결시켜 생산 및 수출 증대를 도모하고, 안정적 재원을 확충하면서 가능한 일이다. 점진적으로라도 향후 생산전반에 걸쳐 개인기업을 허용하여 생산능력을 제고시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자본축적과 합리적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장경제지향적 금융시장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 금융분야의 개혁없이는 경제성장의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다. 이는 금융
분야 개혁이 전반적 사회제도와 연계되어, 한꺼번에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현 시점에서 이런 방향으로 개혁을 할 의지도 없고, 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체제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비핵화 등을 진전시켜 한국이나 국제금융기구 등으로부터 기술지원 및 금융지원을 하루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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