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날개 부러지면 추락이다

2009-12-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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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 했던가. 골프 황제 타이거의 추락을 보면서 왜 남자들은 자기 부인 한 사람에게만 만족하지 못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태어날 때부터 창조주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여자에 대한 감각의 발달로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참으로 풀기 힘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타이거의 경우, 금발의 미녀들만 골라 관계를 맺었다. 그래서 흑인들이 타이거의 여자관계에 대해 더 곤혹스러워한다는 얘기다. 거기엔 인종 편견 같은 것이 들어 있기에 그럴 것이다. 상대의 여자가 흑인이던 백인이던 상관은 없다. 문제는 타이거뿐만이 아니고 나를 포함한 모든 남자들의 속성을 탓하자는 것이다.

평생 여자와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야 하는 종교인들이 있다. 불교의 조계종 같은 계통의 스님들이다. 이런 스님들은 비구 스님이라 부른다. 또 로마 천주교의 신부와 같은 성직자들이다. 이들은 종교법적으로 스님의 계를 받고 신부의 품을 받아 성직자가 되면 죽을 때까지 여자와는 관계를 맺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 이런 성직자들이 여자와 관계를 갖게 되면 파계해야만 한다. 파계는 성직의 길을 떠나는 것이다. 평범한 속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님과 신부들 중에 평생 성직의 길을 가겠다고 계를 받고 품을 받았지만 여자의 문제로 인해 파계하여 속인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많지는 않다.


독신으로 성직의 길을 가는 것이 너무 어려워 결혼을 허락하는 종교도 있다. 불교에서는 태고종 같은 종교단체요 기독교에서는 개신교다. 개신교의 성직자 결혼은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신부의 직을 버리고 수녀와 결혼하면서 그 전통은 시작된다. 그 후 개신교의 모든 종파는 성직자의 결혼을 허락하고 자식도 낳아 기른다. 그런데 문제는 결혼이 허락된 종교의 성직자까지도 한 부인에게 만족을 못하여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으며 타이거처럼 사회적인 이야기 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데서 남자들의 속성이 나타난다. 백이면 백,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여자 문제없이 평생 동안 참으며 성직의 길을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남자로 태어난 사람치고 열 여자 싫어할 남자 없다는 말이 있지만 성직의 길을 가는 그들은 참아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훈련된 종교인들이다. 신부가 되려면 10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님이 되려도 마찬가지다. 혹독한 훈련의 과정을 거쳐야 계와 품을 받을 수 있다. 그런 훈련의 과정을 거친 다음 합격이 되어야 스님도 되고 신부도 된다.

사람에게는 크게 두 가지 본능이 있다. 하나는 식욕이요 또 하나는 성욕이다. 본능이란 사람의 힘으로 억제하기가 힘든 것을 뜻한다. 식욕은 말 그대로 먹는 것을 말한다. 먹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데 굶는 자체는 곧 죽음이다. 사람뿐만 아니고 다른 동물도 먹어야 하는 것은 본능에 속한다. 죽지 않으려면 먹어야 한다. 성욕은 본래 종족 번식의 일환으로 생겨진 것일 것 같다. 사람에게만 성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모든 동물에게도 성욕은 있다. 그러나 그들은 발정기에만 성욕이 유발된다. 그래서 짝짓기를 하여 종족을 번식시킨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따로 발정기라는 것이 없다. 일 년 365일 언제 어느 때라도 성생활은 가능한 것이 사람이다.

어쩌면 창조주가 사람에게만 허락한 특별한 축복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축복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특히 남자들이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모든 남자들의 속성이 비슷하겠지만 참아나가는 것이 틀릴 것이다. 일부일처주의를 지켜나가는 것과 사회적인 신분과 명예 그리고 가정을 생각하여 그럴 것이다. 타이거의 추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 누구에게 타이거와 같은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타이거는 추락해도 돈은 많다. 실력도 있다. 이혼을 당해도 위자료 많이 주고 돈과 실력으로 살아나가면 된다. 돈과 실력도 없으면서 다른 여자만 보면 맥을 못 추는 남자가 문제다. 결혼한 남자들, 평생 한 여자만 바라보고 살아 갈수는 없는지. 날개가 부러지면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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