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

2009-12-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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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전 언론인)

미국은 지금 아프가니스탄을 끌어안고 몸살을 하고 있다. 이락 철수를 공약했고 핵없는 세계를 외치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8년을 끌며 인명과 국력을 탕진하고 있는 이 소모적 살육전의 향방을 놓고 고민하던 그는 장고 끝에 최근 전쟁확대를 결정, 매파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7월부터 철수하겠다면서도 시한은 유동적이라느니 벌써부터 말을 바꾸고 있어 그 약속이 지켜질지 전망은 밝지 않다. 만약 베트남에서처럼 수렁에 빠져 또 다시 패전으로 결착이 난다면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급속도로 퇴조하면서 잠재강국 중국이 그 뒤를 잇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석유도 나지 않는 이 척박한 땅에 왜 그토록 집착하며 나라의 위신과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도박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평균 해발고도 1천m가 넘는 험하고 메마른 산악국가 아프간은 서쪽으로 이란, 남으로 파키스탄과 인도, 동으로 중국 그리고 북에는 러시아와 이웃하고 있는 서남 아시아의 핵심 요충이고 미국은 오래 전부터 이런 아프간의 지정학적 위치를 중시해 왔다.

국토넓이는 68만km2. 남북을 합친 한반도의 3배나 되며 인구는 고작 2천9백만 명으로 8할이 문맹, 수니파 시아파가 8대 2로 갈려 다투고 있는 봉건 이슬람 국가이다. 국내 총생산은 60억달러, 1인당 200달러 안팎.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느라 국민 평균수명이 40세가 안 되는 불행한 나라이다. 부시가 2001년 이 나라를 침공한 명분은 9.11테러를 일으킨
알 카에다 두목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주고 있다는 것. 그러나 MIT의 ‘노엄 촘스키’교수는 그것은 구실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부시뿐 아니라 오바마 정부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미국의 실세, 독점자본과 군산복합체가 이 지역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부터 침공을 계획해 왔다는 것이다. 아프간은 역사적으로 영국에 그리고 소련의 침략에 시달려 왔다.


인도를 식민지로 삼은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기 위해 1839년, 1879년과 1919년 세차례나 아프간 장악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실패했다. 이에 대해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50년전에 아프간 문제를 다룬 논문이 흥미롭다.” 아프간은 유럽의 이교도들에게 통치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1857년 발표한 눈문 가운데 그는 이곳 이민들의 독특한 성향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그에 따르면 “그들에게 있어 전쟁은 자극이며 단조로움으로부터의 기분전환이다. 그들은 용기있고 대담하고 독립심이 강하다...”라고 평화적인 인도인과 달리 아프간 산악부족들의 억세고 호전적인 성격을 지적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영국은 수도 카불을 점령, 괴뢰정부를 세우고 한때 아프간 장악에 성공한 듯 했으나 곧이어 곳곳에서 봉기가 일어나 4천5백명 영국군, 1만2천명의 민간인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으며 결국 쫓겨났다고 한다.

소련도 그들의 스승인 공산주의 창시자 ‘엥겔스’의 충고를 무시하고 1979년 , 친소사회주의 혁명정부를 지원한다고 아프간에 쳐들어가 10년동안 유린했으나 1만5천명의 전사자만 남긴 채 쫓겨나고 2년후 망했다. 아프간 전선에 참전했던 한 소련군 장교는 “미군의 베트남 전선은 아프간에 비하면 소풍놀이”라고 술회한 적이 있다. 오바마는 부패하고 인기 없는 ‘카르자이’정권을 도와 친미정부를 세우고 증강된 무력으로 탈레반을 소탕한 다음 철수함으로써 간접통치방식으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국익을 유지하겠다는 정치력 목표를 세우고 있다. 미국의 베트남에서의 패배가 압도적 무력에도 불구하고 남부 베트남 ‘티우’친미정부의 부패로 베트남 인민의 지지가 따르지 않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는 역사적 교훈을 미국은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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