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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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으로 가는 인생

2009-12-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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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호(시인)

처가의 기둥인 60대 초의 큰 처남이 등산중에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이다. 아내가 한국으로 가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했다.지난 해 우리집에서 포도주 잔 함께 나누며 회포를 풀었는데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되다니 야속하다는 생각도 든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마련이지만 가까운 사람이 타계할 때는 그가 천국에 가더라도 슬픈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이 세상에서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눌 수 없으니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가 살면서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인생에 무엇을 이룩하고 못하고가 무엇이 그리 대단한 일일까? 어느 면에서 상당히 성취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보통사람 보다 전혀 이루지 못한 사람도 많다.떠나갈 때 누구 하나 한 웅큼도 가지고 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길에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배려하며 사랑하고, 감사와 기쁨으로 열심히 살다가 의연히 죽음의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분명히 복된 사람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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