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희롱과 성폭력은 불법이다

2009-12-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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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숙(뉴욕가정상담소 소장)

미국에서 어학연수나, 대학 및 대학원 공부 또는 해외 인턴쉽을 경험하고자, 어느 때보다 많은 유학생들이 미국, 특히 뉴욕을 찾고 있다. 상담소를 비롯한 많은 비영리단체에서도 한, 두명씩 한국 인턴을 고용하여 한인사회를 배우면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무척 흐뭇해진다. 한편, 미국회사에 일하면서 힘든 직장생활을 하고, 또 미국문화나 법을 잘 몰라 억울한 일이 생겨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난감해 하며 웹사이트에 올린 여학생의 글을 접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또 생각해 봐야할 것은, 한국에서는 자신감 넘치고 활발하고 유능한 여학생들이 미국에서는 아시안 여성(Asian American women)로 비추어지는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 그리고 언어장벽에 부딪히면서, 그들의 성적(姓的)권리를 찾지 못하는 점. 예를 들어, 미국의 31개 포르노 사이트중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의 반 이상이 아시안계 여성 배우이지만, 그 반대로 아시안 여성이 다른 어느 인종들보다, 강간이나 성희롱을 가장 신고하지 않는다는 연구조사는 한인 여성들이 넘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이다.


뉴욕주에서는 성희롱(Sexual Harassment)을 ‘동의하지 않는 성적 행동과 요구 등 언어적, 정신적, 물리적인 행위를 통하여 개인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불필요한 과도한 신체 접촉, 이에 대한 불응이나 성차를 이유로 학업평가, 고용,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섹스를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일을 방해하거나 불공평하고 위협적인 직업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성희롱에 속하며, 이러한 성희롱은 엄연히 불법으로 정하고, 그것에 관한 위반규정도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가슴, 엉덩이 같은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거나 포옹 같은 육체적 행위, 성적 농담이나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말 같은 언어적 행위, 몸의 신체일부를 의도적으로 만지거나 섹스를
연상시키는 몸짓이나 행동을 하는 것, 외설적 사진이나 포르노 사이트를 보여준다는 등 시각적 행위, 그 외에도 확실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사귀하고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 사회통념상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하는 것, 모두 포함된다.

성희롱의 많은 경우는 성폭력처럼 직장동료, 상사, 친구, 학교 선배 등 아는 사람을 통해 일어난다는 점이다. 날로 발전하고 보편화돼가는 휴대폰, facebook, twitter등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익명으로 남을 공격하거나, 언어적으로 성희롱하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 한인사회는 어떤가? 직장 회식자리에서 여자가 술을 따라주기를 요구하고, 혹은 불편함을 이야기하거나 피하려고 하면,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하면서 무마하려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번이라도 그 정도가 심하면 신고 및 그에 마땅한 처벌이 가능하다.
성희롱을 당했다고 생각되어지면 일단, 사건이 일어난 날짜와 정확한 내역을 상세하게 기록한다. 성희롱을 하는 상사에게 직접 이야기하거나, 그 위 상사에게 보고한다. 그래도 진전이 없을 경우, 직장의 인사부나 Union 담당 직원에게 보고, 사내 고충처리 절차를 거친다. 관련 자료(편지, 이메일, 전화나 Text메세지 등)를 수집, 잘 보관해 두고, 모든 사건을(오고 간 말, 행동 패
턴, 증거인 이름 등) 철저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전문적인 도움을 얻거나 뉴욕주 인권보호국(New York State Commission of Human Rights)에 연락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성교육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예방교육 및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차별없는 직장문화와 한인사회가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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