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뉴욕한인교사회 회장)
30여년 전, 한국에서 ‘참 교육’ 이라는 제목으로 전교조의 슬로건으로 걸렸던 것이 기억난다. ‘참 교육’ ‘참 교사’ ‘참 인생’과 같이 진정한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참’이라는 글자가 덧붙여지게 되면 우리는 다시금 그 본질에 관심을 갖게 된다. 엉뚱한 소재같지만 나는 과연 인생의 선배 중에 ‘참 선배’ 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다 보면, ‘발전’ ‘의존’ ‘변형’등과 같이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들을 많이 사용한다. 선후배의 관계에 바로 이러한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향력 있는 선배를 통해서 후배들의 인생이 ‘성장’하기도 하고 선배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또한 선배 때문에 얼마든지 삶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에서는 학교 선후배의 관계가 매우 끈끈하다고 들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라나는 한국계 2세들에겐 이러한 이해관계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때로는 한국에서 학창 생활을 해
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게다가 선후배 관계를 통해서 좋은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한국인 1세들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한 때 나도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인생의 선배를 찾고자 열망했던 기억이 난다.
후배는 인생 선배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진로를 결정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존경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목표와 희망을 세워나가기도 한다. 그럴수록 후배들은 이와 같은 존경스러운 선배를 찾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이가 많다고 다 선배일까? 자신의 자리를 잃지 않으려고 아우성치는 선배, 후배와 경쟁해서 자신의 자리와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선배, 후배에게서 그저 대접만 받고자 하는 선배… 나는 선배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 ‘참 선배’의 모습을 다시금 그려보게 된다.
다음 세대를 위하여 자신의 아집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후배들과 함께 바라볼 줄 아는 ‘참 선배’를 찾고 싶은 것이다. 나는 참 선배의 모습을 이렇게 그려본다. 다양한 삶의 경험, 실수와 성공을 나보다 먼저 체험한 사람, 비판하고, 경쟁하기 전에 먼저 격려해 주고, 이끌어 주고, 진심으로 조언하며 다독거릴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실패를 통해 후배를 성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 자신만의 인생 성공의 비결이라 하더라도 후배에게 넉넉하게 물려줄 줄 아는 사람, 함께 살아가는 동안 격려하면서 후배의 앞날을 축복하는 선배, 그리고, 선배라 하더라도 언제나 익은 벼처럼 겸손히 숙일 줄 아는 그러한 대인이야 말로 진정한 참 선배가 아닐까? 소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서 든든한 기둥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러한 선배, 나도 누군가에게 그러한 선배가 되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런‘참 선배’를 나는 애타게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