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행복의 기준은?

2009-12-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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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독일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두 스포츠 선수가 있다. 자동차 레이싱의 살아있는 전설로 돈과 명성을 한몸에 거머쥔 미하엘 수마허와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독일에 처음으로 안겨주었고 독일을 테니스 천하로 만든 영웅 보리스 베커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은퇴 후 삶을 보면 매우 대조적이다. 수마허는 명성에 걸맞게 지닌 돈을 가치있게 사용했으며 무엇보다도 가족에 대한 극진한 사랑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베커는 화려하고 낭비적인 삶을 살았는데 특히 심한 여성편력과 탈세 등으로 가정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부와 명성을 안은 사람들 중에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지 않은 인물들이 불행
한 삶을 살거나 비참하게 마감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세출의 복싱선수 마이크 타이슨이 그랬고 아내 살해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배우이자 미식축구 선수 O. J. 심슨이나 노래와 춤의 천재 마이클 잭슨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복권당첨으로 수십, 수백 억의 돈을 갖게 된 사람들 대다수가 방탕한 생활을 하다 몇 년 사이에 빈털터리가 되거나 아예 패가망신하는 경우에서 보듯이 지나친 부와 명성이 꼭 행복을 자져다 주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에게 차라리 돈과 명성이 없었다면 그들의 가정도 보통사람들의 가정과 마찬가지로 평범하지만 그래도 소박하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보금자리로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교통사고가 가정의 불화 때문이 아닌가 하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교통사고 시간이 새벽 두시인데다 사고현장이 집 앞 도로였고 지금까지 드러난 얘기로 사고 직전 집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가 아내가 쫓아 나와 골프채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은 우즈가 입을 열지 않고 있는데다 최근에 뉴욕의 한 나이트 클럽의 호스티스와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과 연계되면서 그 내막에 궁금증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 가정의 배경도 온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돈과 명성을 가졌음에도 이면에는 부부사이에 불화가 정말 있는 것이 아닌가로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나 명성, 권력 등을 가져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돈이 좀 없는 가정이라도 부부가, 그리고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위하면서 가정을 살기 좋은 보금자리로 만들기 위해서 함께 애쓰고 노력할 때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얼마든지 기쁨을 맛볼 수가 있는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부든, 명성이든, 권력이든 갖고 나면 사실 진정한 행복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그 어렵고 힘든 과정이 실은 행복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무슨 큰일을 당하고 나서야 지나간 일상의 삶이 행복했던 일임을 여실히 느낀다. 평범하게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참 행복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바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남들보다 뛰어나지 못한 삶이라고 비아냥거리더라도 그것이야 말로 진정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
까?

그런데도 인간은 대부분 분주한 삶 속에 수없이 쏟아지는 미디어의 홍수속에서 할리우드 우상이나 벼락부자가 된 재력가나 어느 순간 명예나 권력을 쥔 사람들을 보면서 거기에 유혹받고 거기에 자신도 모르게 부러워하면서 도취되곤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우리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다. 누구네 집은 떼돈 벌었데, 누구누구가 유명해졌데, 누구네 아이가 하버드에 들어갔데... 이런 말
들은 은연중에 그런 사실을 부러워하는 데서 나오는 말이다. 이런 말 자체는 하면 할수록 나 자신의 기를 꺾고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
나와 내 배우자, 그리고 내 아이와 내 가정이 돈과 명성이 있는 집이나 그 가족들 보다는 못하더라도 기죽을 것이 하나 없다. 나의 마음이 부자고 내가 현재 누리고 있는 삶에 만족감을 갖는다면 그것이 돈이고 명성이고 권력인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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