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물원의 아침 단상

2009-1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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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재(내과전문의)

아침에 퀸즈식물원에 들어서면 금방 기분이 달라진다. 어제 아침도 마찬가지였다. 식물원장 수잔과 만나기 위해 찾아갔던 것이다. 찾아가기 전에 병원회진부터 했다. 가벼운 중풍으로 입원했던 조앤을 추수감사절 전에 퇴원시키기 위해서였다. 가족들과 명절을 같이 보내는 것이 환자의 정신상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퇴원시킨다는 말을 들은 조앤은 환한 미소로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후 식물원을 가느라 차에 올랐다.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오케스트라’ CD를 올렸다. 조용한 피아노 음율이 차안을 가득 채우니 번거로웠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마음은 차분해지고 있었다. 추수감사절이 다가와서 그런지 하이웨이의 차량도 평소보다 뜸했다. 40여분만에 식물원에 들어섰다.
식물원의 아침 공기는 신선하도록 상큼했다. 가을이 다가고 겨울이 눈앞인데 앙상한 가지에 마지막 정염을 토하듯 나뭇잎들은 빨갛게 매달려 있었다. 먼 산중의 시냇물처럼 인공으로 만든 실개천 소리를 들으며 하나하나 기억에 저장하듯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어느 듯 나는 북적거리는 뉴욕시내가 아니라 대자연속에 빠져드는 착각도 잠시, 타이치(Tai Chi)를 열심히 하고 있는 일군의 중국인들이 보였다. 갈 때마다 접하는 광경이다. 간간이 인도인들이 전통복장 차림으로 지나기도 했다. 어째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60%가 몰려산다는 플러싱의 한인들 모습은 보기가 힘들다. 왜 그럴까? 자문만 있지 그 해답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보궐선거가 있었다. 또 한 번 중국계의 저력을 과시한 날이기도 하다. 감사원장에 또 한 명의 시의원을 탄생시킨 저력 말이다. 나는 그 파워의 마당에는 저 타이치를 아침마다 식물원에 모여 운동하는 무리에서 보고 있었다. 그들의 저력은 평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를 해온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번 물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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