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르시시스트

2009-1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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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빈(교도소 심리학자)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기를 사랑하는 면이 있지만 모든 사람을 다 나르시시스트라고 부르진 않는다. 말하자면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를 사랑하는 면이 아주 특출하여 그의 언행이 때에 따라서는 ‘별꼴’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이다. 얼마 전에 한국 젊은이들의 은어 중에 ‘미지공’이란 말이 있었다. 이 말은 ‘미친X 지가 공주라고’의 준말이란다. 자기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은 자주 자기 자신과 주위사람에게 상당한 불편과 어려움을 끼친다. 이러한 면을 주지하여 심리학에서도 ‘나르시시스트 성격질환’이라는 병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질환자의 면모는 다음과 같다. 이 사람은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지키는 관습이나 규례를 우습게 여긴다. 그러한 규례가 자신에게는 적용 안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주위사람의 권리에 대하여 조금도 조심하지 않으며 행동한다. 남에게서 의당 대접을 받아야 할 것으로 간주하여 남의 혜택을 받는 일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 그 보답의 필요성을 안 느낀다. 과대망상의 사고방식으로 자신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초점이 되고 성공의 영광을 독차지하는 환상을 갖고 있다. 냉담한 현실과 객관적인 사실을 자기환상에 뜯어 맞추고 사실을 왜곡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주위사람을 다 깔보는 경향에다 혹시 자기의 에고이스틱한 체면이 깎였다고 느끼면 무서운 분노심을 터뜨리거나 아니면 심한 좌절감과 우울증에 빠진다.
자신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자기기만의 의식구조를 갖고 있다. 분명한 결점과 실패의 증거가 있음에도 자기의 행동과 입장을 항상 가장 좋은 관점에서 관망한다. 자기의 업적과 공로를 자랑하기를 좋아하며 고자세로 자기를 노출하기를 좋아한다. 자신을 매우 우월한 사람이라고 믿고 잇다. 그의 적응의 심리구조는 실제로 그리 튼튼하지 않으나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고 매우 역동적인 것처럼 보인다. 과거의 실패를 항상 과소 평가하는 성질 때문에 심리적 콤플렉스
가 별로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항상 쉽게 회복되는 자만심을 유지한다.

나르시시스트와 그들이 택하는 직종에는 현저한 연관성이 없지 않다. 정치가와 연예인 감투쓰기 좋아하는 사람 무슨 회의 회장 중에 나르시시스트가 많고 목사들 중에도 나르시시스트가 아주 많이 있다. 그 직종들이 나르시시스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는 단지 개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비싼 컨트리클럽 회원, 명문교 동창회, 특수층이 모인 교회, 크고 작은 이권집단들은 집단 나르시시즘의 예이다. 사실 모든 인간의 대결과 갈등의 근저에는 나르시시스트가 도사리고 앉아 있다. 인간의 자기사랑은 죄라고 가르치는 어떤 종교의 가르침은 매우 의미 있는 가르침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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