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유를 예찬함

2009-11-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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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아동문학가/목사)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인가? 장사를 잘 하는 나라인가? 최신 무기로 무장된 나라인가? GNP가 높은 나라인가? 좋은 나라란 백성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며 살 수 있는 나라이다. 자기의 생각을 말과 글로 자유롭게 표현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기본권을 만끽하는 행복한 삶이다. 한인들의 이민 목적을 들어보면 세 가지로 요약된다. 보다 나은 경제생활, 보다 나은 교육, 보다 나은 자유이다. 이민 초기는 경제를 으뜸으로 꼽지만 한 십년 미국에서 지내다 보면 미국 사회가 주는 엄청난 자유의 기쁨을 첫 손가락에 꼽게 된다. 미국은 한 마디로 자유의 나라이다. 독립전쟁도 자유를 위한 싸움이었고, 헌법도 자유의 외침이고, 국가(國歌)도 자유의 찬가이다. 미국의 자랑, 긍지, 의미, 정책, 심지어 해외 파병도 자유 수호에 그 대의(大義)가 있다. 따라서 미국 국민이 된다는 말은 자유를 누릴 뿐이 아니라 더 나은 자유를 함께 만들어가는 대열에 참가함을 가리킨다. 성조기는 세 색깔로 구성되었다. 파랑, 빨강, 흰 색이다. 빨강은 용기, 파랑은 정의, 흰 색은 정결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 세 개의 건국정신은 모두 자유와 연결된다. 정의는 자유의 기초이며, 용기는 자유 성취의 방법이다. 정결은 청교도 개척조상의 신조로서 죄와 악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결국 성조기는 자유의 표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안마의 수 키 여사는 거의 평생을 가택 연금 생활을 하였는데 최근 기자 회견이 허락되어 “민주주의는 경제 발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확립함으로서 이룩될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지난 주 ‘퍼레이드’지에 발표한 “자유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기고문에서 전 세계의 현 정치 상황을 개관(槪觀)하고 ”평화 수립
이란 곧 자유 수립을 뜻한다.“고 못을 박았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27년간 옥중생활을 하였으나 기어이 남아공에 자유를 불러들였고 ”내가 사는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해서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유를 표시하는 영어에는 liberty 와 freedom, 두 가지가 있다. liberty는 밖으로부터 나에게 주어지는 시민의 권리이다. 그러나 freedom은 밖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본래 철학 용어로서 완전히 개인적인 자유를 나타낸다. 주어진 liberty를 내가 어떻게 살리느냐 하는 문제가 나의 freedom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유라는 말 속에는 필연적으로 의무와 책임이 동반한다. 한국인은 오랜 세월 독재자들 밑에 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되어 “누군가 강하고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잘못된 신화를 머릿속에 새기게 되었다. 그것은 민주주의 이념에 반하는 허위의식(虛僞意識)이다. 3.1정신처럼 ‘나’와 ‘모두’를 귀중하게 여기는 천민(天民) 사상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 강한 자나 우수한 자를 사모하는 한 노예의 사
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당이 커지면 일이 빨리 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잘못이다. 오히려 참가의 기회가 적어지고 선택의 여지가 축소된다. 그래서 불만이 터진다. 다수결이 선(善)이고, 우리가 잘 할 것이니까 맡겨달라는 것이 합리화인데, 그런 결과로 부정부패가 싹튼다. 무엇을 빨리 하는 것을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철학은 잘못이다. 천천히 해도 되도록 많은 사람이 만족하고 그런 과정에서 서로 배우는 것이 발전이다. 시간이 걸려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참가를 기다리고 기회를 주고 그런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만족하게 되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세계의 자유와 억압을 감시하고 있는 프리돔하우스(Freedom House)에 의하면 아직도 50개국은 몹시 제한된 자유 속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최악이 아프가니스탄과 북한이며 최고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오스트리아의 순이다. 역시 자유와 민주주의는 병행하는 것을 알 수 있다.패트릭 헨리가 버지니아 의회에서(1775)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절규한 것이 미국의 건국이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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