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순간순간의 인생길

2009-11-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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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순간이란 아주 짧은 시간을 말한다. 어느 종교에서는 순간을 찰나라고도 부른다. 세상살이, 즉 생을 살아가다 보면 아주 짧은 순간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것부터가 짧은 순간에 이루어진다. 사람이란 모습으로 형성되어지는 것은 긴 시간을 요하지만 잉태의 시간은 짧다.

바위를 쪼개는 석수들은 바위를 한 번에 쪼개지 못한다. 수십, 수백, 수천 번 바위를 쪼다 보면 한 순간 바위가 쩍 하고 갈라진다. 성공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노력을 들인 끝에 바위가 쪼개지듯 성공이 오는 것이지 노력도 없이 오는 것은 아니다. 에디슨은 한 가지 실험에 성공하기 위해 수천, 수만 번의 실패를 겪었다지 않은가. 좀 느긋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까. 급한 사람은 항상 손해를 보게 돼 있다. 대인관계에서 평소에 많은 신용을 쌓았다가도 한 순간에 그 신용이 무너지는 것을 본다. 그것은 화를 참지 못하여 행동으로 옮겨지는 불상사 때문이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조그만 일에 화를 내어 이혼까지 가는 부부도 있다.


화를 참지 못하여 불거지는 불상사는 화를 낸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화를 당한 상대방에게도 큰 상처를 안겨 준다. 화란 것은 순간적이다. 평소에 그렇게 좋던 사람도 한 번 화를 내면 아무도 못 말릴 그런 성격도 있다. 이런 성격은 빨리 고쳐야 한다. 그런데 사람의 성격이란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도 아니니 많은 수양이 필요하다. 교통사고는 자신이 잘못하여 일어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잘못하여 일어날 수도 있다. 사고는 순간처럼 정말 짧은 시간에 일어난다. 일단 사고가 일어났다고 하자. 상대방의 차가 중앙선을 넘어 들어올 때는 좁은 도로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피할 수 없이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사고로 사람은 죽을 수도 있고 다칠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을 두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 하필이면 내가 이곳에서 그 차를 만나 이 지경의 사고를 당했을까” “집에서 조금이라도 늦게 혹은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했더라면 이 사고의 순간은 피했을 텐데”라며 사고의 원인을 시간과 연관시킨다. 또 다른 발상도 할 수 있다. 사고를 당하지 않고 피해간 다른 자동차에 탄 운전수들이다.그들은 “야, 순간적으로 사고를 면했구나. 정말 오늘 운이 좋은 날이다. 조금만 일찍 이곳에 왔더라면 내가 저 차와 같이 사고를 당했을 텐데, 정말 재수가 좋다”며 그날의 운세를 말한다. 운이 좋아 사고를 피한 것은 아니다. 순간적으로 사고가 피해간 것이지 그날의 운이 그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한 것은 아니기에 그렇다.

사람에 따라 하루를 천년처럼 사는 사람이 있나하면 천년을 하루같이 사는 사람도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일 초를 일 년이라 생각하면 하루가 천년보다 더 길다. 그러나 지나 온 일생을 하루 같다 생각하면 생은 아주 짧아진다. 사실, 올 날은 길어보여도 지난날은 짧다. 순간 같다. 찰나 같다. “언제 내가 이만큼 살아왔나”할 정도로 화살처럼 과거는 지나간다.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의 마음은 순간순간이 행복과 즐거움으로 차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마음과 몸은 들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 생활을 30년 40년, 오래 한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말한다. “그래, 한 번 해 봐라, 고생문이 훤하게 열릴 것이다. 신혼의 단 맛은 꿈같이 지날 것”이라며 그들을 측은히 생각할 사람도 있다.

순간과 찰나는 아주 짧은 시간을 나타낸다. 그 짧은 시간이 모여지고 계속되면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그런 순간순간을 아주 좋은 생각만 하는 사람은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 혹은 일생이 행복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순간순간 즐거운 생각만 계속 할 수 있게 사람은 구성돼 있지가 않으니 문제다.바위를 쪼개는 석수의 인내는 바위가 쪼개지는 그 순간까지 이어져야만 한다. 우리도 우리의 생의 마지막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인내하고 노력하여야 한다. 순간순간의 인생길이다. 순간순간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영원으로 이어져 있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별 사고 나지 않고 잘 지내 온 지난날은 짧았어도 행복한 것이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하루를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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