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절대 감사

2009-11-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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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자유기고가)

11월은 감사의 계절이다. 풍요로운 수확을 감사하고, 지난 한해 즐거웠던 일, 기뻤던 일, 그리고 고통스러웠던 일, 슬펐던 일도 감사한다. 그로 인해 삶이 풍요로워지고, 그 깊은 의미를 알고, 진정한 감사를 새로이 느낄 수 있었기에 그 고통들도 감사의 대상일 수 있다. 이 계절은 나보다 더 깊은 고통에 있는 이들, 가난에 힘들어 하고, 삶에 치어 눈물짓는 이들, 그들의 아픔을 마음으로 나누고, 실질적 나눔으로 그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는 절기이다. 신의
위대하심에, 그 사랑에 무조건 감사해 눈물짓기도 하는 계절이다.

우리의 감사는 상대적일까? 나보다 못하고 나보다 더 고통 받는 이들이 있기에 그로 인해 나에게 주어진 것이 감사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행복을 느낄까? 그것은 어쩌면, 조금은 이기적인 감사가 아닐까?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진정한 감사는 그 모든 것 속에 들어 있는 절대적 감사가 아닐까? 누군가와 비교해 느끼는 상대적인 감사가 아니라, 어떤 고통이나 눈물 속에서도,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가슴 뭉클한 감사.추수감사절의 감사는 그런 감사였던 것 같다. 영혼의 자유를 찾아 미국 땅을 밟은 청교도들이 이 험하고 추운 새 땅에서 거의 반 이상의 친구, 가족들을 잃어버리고, 추수의 계절에 감사를
드릴 수 있었던 것이, 그들이 살아남게 되어, 그리고 그에 더해 노동의 대가를 얻을 수 있게 해 준 것만을 감사하는 것이었을까? 그 감사는, 이 땅에서 살았고, 살고 있고, 또 살아갈 사람들, 그 축복받은 영혼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풍요에 대한 감사가 포함되지 않았을까?

영혼의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자신들의 모국을 버리고 떠난 그들이다. 그들의 감사는 살아있게 된 생명으로 인해 드리는 감사보다는 그들에게 허락된, 영혼의 자유와 그로인해 다가올 미래의 축복들, 그것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들은 그 아픔과 슬픔, 고통 속에서도 감사할 수 았었을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해 침 치료를 해주는 양로원이 있다. 그중에 94세 된 어느 할머니의 이야
기다. 어렸을 적 고아가 되어 어느 집에 입양되었고, 그리고 그 집 양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너무도 편안하게 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에게 분노보다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오히려 분노를 보이는 나를 웃으며 바라보는 할머니. 그리고 그 할머니의 미소 속에 존재하는 삶에의 감사, 그 절대적인 감사, 누구도, 어느 것도 깰 수 없는 감사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 감사로 인해 그 분의 삶이 어떤 고통도 이기는 진짜 삶이 되었음도 느낀다. 그 안에 영원히 존재하는 인간 존재의 실상도 느낀다. 우리 모두에게는 정말 감사해야 할 것이 있다. 그 절대적 감사를 깨닫는 이들의 삶은 어쩔 수 없이 풍요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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