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2009-11-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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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연(프린스턴)

30년이 넘도록 터키를 구워와 이제는 터키구이 선수가 되었지만 첫 몇 해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갈색으로 멋지게 구워진 터키에 칼을 넣자 피가 스며 나와 얼른 부엌 구석으로 가서 익은 부분만 썰어 내고 오븐 속에 감추며 진땀을 흘린 적도 있었다. 대형터키의 속이 다 녹지 않았고 실내온도의 상태에서 굽지 않았던 탓이다. 나는 언제나 우리 오븐을 의심했었다.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나를 가족들이 기쁘게 호응해 주어 추수감사절은 우리 집의
귀중한 명절이 되었다. 이제는 자녀들이 전통을 물려받고 나보다 훨씬 훌륭한 상을 차리고 우리는 상좌에 앉아서 즐기기만 하면 되어 고된 일을 졸업하게 되었다.

상 주변엔 북구 출신과 또 여러 민족이 섞인 작은 사위며 우리가 흔히 말하던 혼혈 손자, 손녀들이 둘러 앉아 새로운 가족사와 문화가 형성되었다. 힘든 일을 다 물려 주고 다 털어 버렸다고 좋아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이러다가 인생을 몽땅 털 날이 가까워 온다고 생각하니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이치가 여기에도 해당이 되는 것을... 아무튼 자녀들과 오랜만에 모인 친지들과 이렇게 어려운 시기, 추수감사절을 풍성히 지내게 되어 정말 감사할 수 밖에 없는 추수감사절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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