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영화상 후보
올해 8편이나 출품
대작 많고 예술성 갖춰
미국영화도 2편 도전
할리웃에서는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영화를 만들거나 그 영화에 나오면 오스카상을 탄다는 것이 거의 불문율처럼 돼 있다. 케이트 윈슬렛이 이런 주제를 가진 ‘책 읽어 주는 사람’으로 첫 오스카 주연상을 탄 것이 그 실례다.
올 해 전 세계 65개국에서 오스카 외국어 작품상을 노리고 출품한 영화들 중 8편이 홀로코스트나 2차 대전을 주제로 한 것들이다. ‘바리아’(이탈리아), ‘깨어진 약속’(슬로베키아), ‘풍경 No. 2’(슬로베니아), ‘막스 마누스’(노르웨이), ‘보호자’(체코), ‘르프락테르’(룩셈부르크), ‘전시의 겨울’(네덜란드) 등이 모두 2차 대전 당시에 일어나는 얘기들을 다루고 있고 올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독일의 ‘하얀 리번’도 후에 나치가 된 세대에 관한 얘기다.
그리고 올해 나온 퀜틴 타란티노 감독의 빅히트작 ‘상놈의 개자식들’과 또 다른 미국 영화 ‘철십자 훈장’도 2차 대전을 다룬 영화들로 이들은 오스카상을 노리고 있다.
할리웃은 지난 50년대 후반부터 이런 주제를 가진 영화들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는데 ‘앤 프랭크의 일기’와 ‘뉴렘버그의 재판’이 그 두 예로 이 둘은 함께 모두 21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라 5개를 탔다.
이렇게 아카데미 회원들이 열렬히 지지하는데다가 홀로코스트 영화와 2차 대전 영화는 근본적으로 극적인 주제를 안고 있어 수상 시즌의 단골작품들이 되다시피 했다. 독일의 첫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인 ‘양철 북’과 또 다른 수상작인 ‘위폐 제조자들’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할리웃은 전시의 사악과 투쟁과 구제 등에 강렬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10년의 경우 이런 주제를 다룬 3편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위폐 제조자들’ 및 ‘노웨어 인 아프리카’ 등이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는데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것이 나이 먹은 유대인들이 많은 아카데미의 관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같은 비판이 전적으로 틀린 것만은 아니지만 2차 대전을 다룬 영화들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작이고 기술적으로도 일반 예술 영화보다 세련된 데다가 또 영웅적 행동과 악과 죄의식 같은 풍부한 얘깃거리를 다루고 있어 수상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
특히 유럽에서 최근 이런 주제를 가진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까닭은 현사회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유럽 영화인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 영화인들의 말을 빌려 유럽으로 대량 몰려오는 아랍계 이민자들에 대한 파시스트 단체의 적대 의식과 이들과 이민자들 간의 갈등을 영화가 대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차 대전 당시의 나치 만행의 재현이라는 것이다.
한편 유럽 영화인들은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영화들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심지어 일부 틴에이저들은 히틀러가 누구인지도 모른다”면서 “과거 잘못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적 사실의 기억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흥진 편집위원>
홀로코스트와 2차대전을 다룬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 출품작들. ‘깨진 약속’(위에서 부터)‘막스 마누스’‘바리아’‘전시의 겨울’‘보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