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건강한 연말을…

2009-11-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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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취재 1부 기자)

트리점등식으로 본격적인 크리스마스연말 시기가 오고 있다.
추수감사절부터 연말연시까지 떠들썩한 분위기지만 지난해 이맘때 한인사회에서 발생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마냥 들뜰 수만은 없다. 잉글우드의 한인 보석집과 뷰티 서플라이업소 도난 사건, 레오니아 미용실원장과 포트리 40대 한인요리사의 죽음 등이 발생한 것도 이시기와 맞물렸다. 모두가 들떠있는 이시기가 자금난을 겪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한 소규모 상인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더욱 외롭고 힘든 시간일 것이다.

보석집 업주는 도난당한 물건은 보상받을 길이 없어 당시 발을 동동 굴렀고 벽 하나를 두고 바로 옆에 위치해있던 뷰티서플라이업소의 업주 역시 금전적, 물질적 피해로 고통을 당했다. 뷰티 서플라이업주에 따르면 업소 내에서 범행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이 이미 두 세 차례 업소 앞에 들러 내부를 살펴보았으나 알아채지 못했는지 그냥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어처구니없이 한인업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당하게 된 것이다. 경비업체조차 나몰라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상황이 떠오른다. 혼자 집에서 목을 맸다던 요리사와 미용실 원장의 죽음 역시 쓸쓸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한인사회 곳곳에서 이 기간 중 도난과 사망사건이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자살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해가 됐었다. 경기부진의 여파는 단지 매상 저하로만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금전을 노린 범죄자들의 희생자가 되기도 하고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최근 한미미용인연합회와 뉴욕한인건설협회 등 신임단체장들이 결정됐다. 12월 취임식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불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회원들인 한인업주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미사여구로 치장한 사업 계획보다는 어려움에 직면한 한인 업주들이 희망을 찾아낼 수 있도록 이들 단체장들이 실질적인 도움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기를, 혼자라는 생각에 더욱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짐을 짊어진 한인 업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피해를 당한 업주들에게는 십시일반으로 도와줄 방법을 강구해주고 절망으로 힘들어 하는 회원들에게는 위로라도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올해도 내년에도 연말을 한인 업주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넘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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