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뉴욕한인교사회 회장)
나의 쌍둥이 딸들이 아주 어렸던 시절 나는 시아버지께 “아버님, 한솔이, 한내가 오늘 너무 ‘땡깡’을 많이 부려서 힘들었어요!”라며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시아버지는 북한 사투리로 “허허허...너는 어드래서 ‘땡깡’이라는 말을 배웠나?”라고 물으셨고 나는 “음... 그냥 옛날부터 ‘땡깡’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곧바로 이어진 자상한 시아버지의 설명은 “‘땡깡’이란 말은 원래 일본말인데 ‘간질을 앓는다’는 의미란다. 한국말로는 ‘생떼’를 쓴다고 하던지 ‘떼’를 쓴다고 해야 옳은 거란다”라는 말씀이셨다. 한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한국어 중에는 잘못 표현되거나 사용되는 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
다. 미국에서 자라난 1.5세인 나는 이렇게 잘못 사용되는 한국어를 접하면 헷갈리기 시작하고 한국어 표현이 혼란스러워진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들이 그렇다. 한때 한국에서 ‘웰빙(well-being)’이란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것은 아마도 ‘오개닉(Organic)’이란 의미로도 사용되는 것 같다. 무슨 이유에서 그리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웰빙’은 형용사가 아니라 명사다. 또 ‘스킨십(Skinship)’이란 단어가 어디에서 유래됐는지도 정체불명이다.
컴퓨터에 이 단어를 입력하면 빨간 밑줄이 나타난다. ‘프렌드십(Friendship), 리더십(Leadership), 인턴십(Internship) 등과 같은 비슷한 형태의 단어가 있긴 하지만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스킨십이란 명사는 찾아볼 수 없다. 이 괴상한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한국에서 함께 공부하던 젊은 친구들이 ‘멘트(Ment)’라는 말을 곧잘 사용하던 것도 기억난다.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보면 연출자나 감독들도 멘트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음을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해 열심히 단어를 찾아봤더니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멘트’란 ‘코멘트(comment)’라는 영어 단어에서 맘대로 뚝 잘라 멘트(ment)로 줄여 쓴 말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어로 ‘대사’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텐데 그보다는 ‘멘트’라는 영어가 더 멋져 보여서 그랬을까?
한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으로 ‘립 서비스(Lip-service)’라는 것도 있다. 이 표현은 절대로 사용하면 안되는 것임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정말로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러운 표현이기 때문이다.한국식 표현으로는 ‘입만 나불나불’거리는 겉치레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영어로는 ‘성적인 행위’를 연상시키는 엉뚱하고 부적절한 표현이란 사실을 특히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기억
했으면 한다. 이처럼 ‘쪼개진 영어’ ‘잘못 결합된 영어단어’들을 과 ‘신세대 한국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국어를 자르고 조합해서 유행어처럼 퍼지는 새로운 단어가 창작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은어일 때가 많다.
게다가 영어와 한국어를 완전히 ‘짬뽕’시킨 언어로 만들어낸 것은 제대로 된 의미조차 담고 있지 않을 때가 더더욱 많다. 적절한 의미를 담은 올바른 영어 단어의 선택과 사용이 필요하며 이미 잘못 사용하고 있는 익숙한 단어들도 시급히 고쳐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올바르게 사용하는 표현
을 자녀들에게 바로 가르치고 물려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작은 단어의 오용에서부터 한국인들의 세대 차이와 문화적 불편함이 생겨나게 되는 것은 아닐 런지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