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 승욱이 입을 열다

2009-11-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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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가 오른쪽 귀엔 와우이식을 하고, 또 왼쪽 귀엔 보청기를 낀지 2달이 돼가고 있다. 과연 승욱이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확실히 청력이 많이 향상된 것이 눈에 띄게 알 수 있다.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는 것이 스피치를 가르치는 브리짓 선생님도 감탄할 정도다.

아이가 결정적으로 변화를 갖기 시작한 것이 왼쪽 귀에 보청기를 끼면서부터다.

그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엄청난 일은 언제나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승욱이 입에서 모음을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시작되었다. 주말 저녁 승욱이와 늦은 시간 마주 앉아 승욱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학교에서는 별일 없었니? 밥은 잘 먹고? 선생님한테 뭘 배웠어?’ 아이가 알아 듣던 못 알아 듣던 난 아이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항상 내가 이야기를 하면 함박웃음을 보이던 승욱이가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아주 희미한 소리로 ‘아…’라고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리고 눈을 의심했다. “승욱이 뭐라고 했어?”


“승욱아, 아라고 엄마한테 했잖아. 다시 해봐” “아, 아…” “어머, 세상에, 어머…”

식구들 앞에서도 정확하게 ‘아’라는 말을 따라 하는 통에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토요일에 있는 스피치 시간에 브리짓에게 ‘아’라는 말을 따라 한다고 했더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러 가지 소리 중에 현재 승욱이가 따라 하는 말이 ‘아, 카, 크, 하, 음’등이다. 소리를 구분해서 말을 해줘도 분명하게 따라 하고 점점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것에 노력하고 있다. 10년만에 아이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의미 없이 내는 옹알이 소리가 아닌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하는 것의 시작이 처음인 것이다.

첫 아이가 30개월에 말을 시작했을 때도 무진장 감동이었다. 말이 느려서 걱정하던 참에 말문이 트이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했던지. 그런데 승욱이는 10년 만이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는데 이제야 입을 열어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호들갑 떨고 흥분할 시간이 없다. 앞으로 또 갈 길이 멀다. 단어로 의미 있는 말을 가르치는 것이 앞으로 계속 될 것이다. 브리짓 선생님이 엄마인 나보다 더 기뻐한다. 정말 한결같이 지치지도 않고(엄마는 가끔 지쳤지만) 꾸준히 아이에게 말을 가르쳐준 것이 이제야 소리를 내게 되었으니 선생님이 얼마나 기쁘겠는가! 학교에서도 난리다. 이렇게 지면으로 감사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기쁘다. 승욱이의 목소리가 궁금하시죠? 아주 예쁩니다. 하하하.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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