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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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라

2009-11-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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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언제인가 하버드대학에 입학한 한인 학생들 중에는 30% 정도가 낙오를 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적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란다. 본인의 성격이나 능력에 맞는 것을 택한 것이 아니라 부모에 의해 억지로 마음에도 없는 공부를 하다 보니 나오는 결과이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식을 부모 개개인이 못다 푼 한을 대신 풀어 줄 대리자로 여기는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다시 말하면 부모들이 자식을 자신들과 동일시 여기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자식은 부모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났고 부모의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분명히 존재할 수가 없는 처지이다. 그렇다고 자식이 부모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부모의 대리자는 아닌 것이다.

요즘 피겨부문에서 세계적으로 뜨는 인물이 있다. 이 분야에서 여왕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 한국인 김연아다. 그녀가 어릴 때 마침 집 근방에 스케이트장이 들어섰다. 그녀의 부모는 딸로 하여금 스케이트를 자유롭게 타게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연아를 지도해온 코치가 한마디 하기를 연아가 피겨스케이팅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갔다.
어린 연아는 자기가 너무도 좋아하는 운동을 하게 되니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남들이 놀거나 쉬는 시간에도 연습을 했고 또 궁리를 했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포즈로 춤을 출까? 어떻게 하면 능숙한 연기가 나올 수 있을까?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세계의 제 일인자가 된 것이다. 지난 주말 뉴욕주에서 열린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대회에서 그녀는 피겨역사상 최고점수를 획득, 7연패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할 때 나오는 결과는 같은 일이라도 천지차이다. 이러한 논리는 공부나 스포츠나 어느 분야든지 똑같다. 좋아하는 것을 할 때는 시너지효과가 발생해 하는 일이나 공부가 더 잘 되고 싫어하는 것을 마지못해 할 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면 몸에서 엔돌핀이 나오고 사기가 충천해져 예상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우리의 자녀들은 분명 하고 싶어하는 공부나 취미가 있고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부모는 그것을 일찍이 간파하여 그 재능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현재 세계가 놀랄 만한 김연아의 신기록은 그녀의 부모가 딸 연아의 재능을 일찌기 알아보았고 딸이 너무나 하고 싶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밀어준 결과다.

교육이란 말의 라틴어는 재능을 계발하여 준다는 뜻이 있다. 또 교육이란 말 속에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을 가르쳐 준다는 의미가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주를 발견하고 그 방면으로 잘 인도하는 것이 교육의 사명이다. 이것이 바로 가정에서 할 일인 것이다. 그런데도 한인부모들은 여전히 자녀의 적성이나 취미, 재능 등은 고려않고 유명대학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온 수재들의 30%가 인생에서 낙오한다고 한다. 인생의 성공은 학교성적만 좋고, 명문대학을 나온다고 해
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올해 한인사회에서 배출된 변호사는 뉴욕에서 324명, 뉴저지에서 80여명이나 된다. 해마다 수백 명씩 한인 법조인들이 배출되는 건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년 탄생하는 한인변호사들 중에는 렌트비도 제대로 못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다. 내가 좋아서 변호사가 되었다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부모의 강요로 변호사가 되었건만 사무실 운영조차 어려운 형편이라면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야 말로 인생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사는 것이다. 타인을 의식하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며 진정으로 즐겁게 일하며 살 수 있
는 바로 그것을 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의 진정한 역할이 아닐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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