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언어가, 문화가 곧 힘이다.

2009-11-18 (수)
크게 작게
윤재호(취재 1부 기자)

“이주민 노동자들 때문에 못살겠다. 저녁에 밖을 나가기가 무섭다.” 최근 한국 내 이주민 노동자 숫자가 늘어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어서 한국 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목소리다.지난 10년 사이 한국 내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숫자가 100만 명이 넘어서면서 안산시 원곡동, 구로구 가리봉동, 영등포구 대림동, 중구 광희동, 이태원 등지가 외국인 밀집 지역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유흥업소, 종교 시설 등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과 외국인들의 소통문제로 두 커뮤니티가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일부 과격 한인들은 불법 체류자 신고 번호를 돌리며 일단 외국인이 집 근처에 서성거리면 무조건 관련 기관에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일부 외국인들도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차별을 가해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폭력과 범죄 행각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만약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에 귀화한 1.5세 외국인이 지역 외국인을 대표해 정치에 나선다면 한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도 상상을 초월한 비방과 낙선 운동이 펼쳐질 것이다.


지난 뉴욕시 본 선거에서 뉴욕시 첫 한인 정치인을 꿈꿨던 케빈 김 제19지구 민주당 뉴욕시의원 후보가 풀뿌리 정치 부재와 일부 보수적인 지역 주민들의 벽에 부딪쳐 결국 고배를 마셨다.당시 일부 지역 주민들과 상대 후보는 김 후보의 피부색을 공공연히 거들먹거리며 ‘김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 지역에서 이사를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만약 우리가 한국에 살고 있는 한인으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밀려오고 있는 외국인들을 볼 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 그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인가?

해답은 한 가지다. 언어를 배우고 사회에 동화돼야 한다. 외국인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한인들도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더군다나 자신들보다 더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볼 때 벽을 허물고 동질감을 느낀다.이번 본 선거에서 김 후보가 실패한 것은 개인 후보의 자격 문제가 아니었다. 뉴욕 시 첫 한인 정치인 배출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한인들의 적극적인 영어 학습과 지역 사회 참여가 필요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