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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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의 부고장

2009-11-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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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춘기 (골동품 복원가)

조선의 어린 왕 고종의 섭정이 된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특유의 노욕과 조선통치이념인 유교의 수구 보수적 배타성으로 인해 근대화로 가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조선왕조는 대한제국(1903-1910)으로 거듭나려 했다. 그러나 청국으로부터 완전독립을 선포하고 나선 대한제국 자체가 일본의 조선반도 식민지 쟁탈전략의 일환이었다. 독립시켜 잡아먹는다는 식민지전략은 당시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제국 열강이 즐겨 쓰던 공식적인 술수였다. 풋내기 제국 일본은 본대로 배운 대로 한반도를 잠식해 들어갔다.을사보호조약(1905)으로 외교권이 박탈당하고, 정미7조약(1907)으로 내정감독권을 빼앗긴 대한제국은 고작 7년으로 막을 내렸다. 망국의 부고장은 이렇다.

한일병합조약서(서문.후기 승약)
제1조 한국 황제폐하는 한국정부에 관한 일체의 통치권을 완전 영구히 일본국 황제에게 양여한다. 제2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1조에 기재한 양여를 수락하고 완전히 한국을 일본제국에 병합함을 승낙한다. 제3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한국 황제폐하 태황제폐하, 황태자전하 및 그 후비와 후예가 각각의 지위에 상당하는 존칭.위엄 및 영예를 향유하도록 하며 또 그것을 유지하는데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 제4조는 일본국 황제폐하는 3조 이외의 한국황족 및 그 후예에 대하여도 각기 상응하는 명예 대우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금의 공급을 약속한다. 제5조 일본국 황제폐하는 훈공 있는 한국인으로서 특히 표창함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 영광스러운 작위를 수여하고 은사금을 지급하기로 한다. 제6조 일본국 정부는 병합의 결과로서 전적으로 한국의 시정을 담당하고 한국에서 시행하는 법규를 준수하는 한국인의 신체 및 재산에 대하여 충분한 보호를 해주며 그들 전체의 복리증진을
도모하기로 한다. 제7조 일본국 정부는 성의껏 충실하게 신제도를 존중하는 한국인으로서 상당한 자격을 가진 자를 사정이 허락하는 한 한국에서 일본제국의 관리로 등용한다. 제8조 본 조약은 일본 황제폐하와 한국 황제폐하의 제가를 거친 것으로 공포일로부터 시행한다. 1910년 8월22일 일본제국 통감 데라우찌 마사다께/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조약문 제1조를 보라, 조선왕조 500년과 대한제국 7년을 싸잡아 통째로 그리고 영원히 일본천황에게 바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나머지 7개 조항은 2,000만 조선백성의 생존은 외면한 채 오직 왕실과 그 주변 그리고 매국친일파들의 신분보장과 영달을 보장받는데 급급하고 있다. 불과 100년전 일이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이 저주스러운 책임 앞에 한민족 누구도 자유스럽지 못하다. 한국사람들은 이스라엘 민족을 좋아한다. 그들 유대인은 망국 2000년의 한을 아직도 풀지 못해 오늘도 예루살렘 ‘통한의 벽’에 가서 바위가 선혈로 난자하도록 이마를 치며 통곡하고 있다. 역사의 치욕은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에서 우선 청산되어야 한다. 청산되지 않는 역사의 치부는 반드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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