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영(취재 2부 차장)
최근 미동부한인문인협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성대하게 성년 행사를 가졌다. 이 단체가 매년 발간하는 뉴욕문학만 벌써 19권이 되었듯이 미국내 한인 작가들은 시, 소설, 수필 등 각 부분에서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며 ‘동포문학’의 실체를 구성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 문학인의 소설이나 시집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거나, 권위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언제부터인지 기자는 이런 현상이 당연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즉 “해외에서 모국어로 쓰여진 작품은 한국에서 인정받을 만한 명작이 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나름대로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작가의 수가 현저히 차이가 나기 때문. 한국에서는 문예창작과나 국문과 등 전공학과 졸업생을 포함해 무수히 많은 젊은 문단 지망생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 반면 해외에는 인재풀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둘째는, 전체적인 숫자보다도 특출한 재능을 지닌 문인이 없는 것이 더 큰 원인일 수 있다. 미
술, 음악, 무용 등 여타 예술 분야에서는 재능 있는 한인들이 해외에 나가 자신의 꿈을 더욱 펼치지만, 모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가 문단을 떠나 이민을 하는 것은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셋째, 숨어있는 재능을 오로지 글에만 소진할 수 없는 이민생활의 특수성에 있을 수도 있다. 해외에서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글로만 먹고 살 수 있는 전업 작가가 극히 드물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자가 가장 궁금한 것은 혹시 한국이라는 땅을 벗어나는 순간 어떤 정서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한국어로 쓴 책이 인정받는 시장이 형성된 곳은 지구상에서 오로지 한국뿐이다. 늘 그곳 사람들과 부대끼고, 동시대의 정서를 느끼고, 공기를 마시지 않는 이상 해외에서는 한
국의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책은 나올 수 없는 것인가? 허드슨 강변에서 혹은 로키산맥에서 10년을 글만 쓴다고 해도 ‘한강’이나 ‘태맥산맥’같은 대하소설이 나올 수 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행사에 참가한 마종기 시인에게 위의 내용을 질문했다. 시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 물론 다 원인이 되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동포 작가들은 치열함이 더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문인들을 만나면 정말 열심히 글을 쓰는 것을 느껴요. 그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생계가 어렵습니다. 동포 작가들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글 쓰세요.”